영화계 소식이 많다.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한다고 한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은 진척이 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반독점법 심사를 받아야 하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공정위 심사가 길어지고 있다고 한다. 각기 두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수합병이 비슷한 이유로 결렬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 공룡이 스트리밍 업체에 인수되는 것이 충격을 주고 있고, 한국에서는 업계 2, 3위 멀티플렉스 극장 소유주의 합병이라 충격을 준다. 두 나라 모두 국민들에게 '영화가 망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한 뉴스다.
워너 브라더스가 DC로 삽질을 해온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배트맨 비긴즈부터 꾸준히 작업을 해오던 워너는 오펜하이머 아이디어를 들고 온 놀란에게 누가 이런 과학자 이야기를 보느냐고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나 하자고 제안했단다. 분노한 놀란 감독은 10년 넘게 함께 해오던 워너를 떠나 유니버설과 함께 오펜하이머를 만들고 말 그대로 역대급 초대박을 친다. 워너는 경영진을 대거 물갈이 하고 쇄신에 나섰지만 수익성 악화는 지속되었다.
롯데와 메가박스도 다를 바가 없다. 꾸준히 삽질을 해왔다. 하지만 워너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극장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배급사가 법적으로 극장을 소유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이 파라마운트 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독점과 독과점에 관대한 이 나라에서는 씨알도 맥히지 않았다. 기생충이 칸에서 팜도르를 수상했을때 CJ의 수직구조화가 이룬 쾌거라는 기사가 쏟아지던 나라다. 그 덕에 코로나 시절 전세계에서 극장 티켓 값이 가장 높게 오른 나라가 되었다. 코로나와 한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영화 산업이 회복을 못한다고 오랫동안 생각해왔지만, 극장 티켓 가격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왔지만, 다른 모든 나라들이 코로나 이전의 80% 수준으로 극장이 회복할때 유독 우리나라만 50%도 회복을 못한 것을 보면, 티켓 가격이 이유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합병을 하고 가격을 더 올리면 올렸지 절대 가격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독과점이다. 세상에 가격을 내리는 독점 기업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워너 브라더스 인수가 과연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워너는 HBO 맥스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소유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워너를 인수하면 시장에 독점적 지위를 가지게 된다. 기업의 선의에 기대서 넷플릭스가 전횡을 일삼히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착한 독점 기업 따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통신 3사가 치고 있는 깽판들을 생각해 보시라. 단통법 통과시킬때 지금도 회자대는 명언 기억하시지 않나. 공정한 가격으로 핸드폰을 팔게 되어 수익이 남게 되면 통신사가 통신료를 인하시킬 거라는 발언. 단 한 푼도 내리지 않았다. 뭐하러 내리겠나. 독과점인데. 패밀리 레스토랑과 미용실 프랜차이즈가 통신사 할인으로 망한건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누가 무슨 통신사를 쓰는지에 따라서 메뉴 가격이 달라졌는데, 이게 점점 과도화 되니 메뉴판 가격이 더이상 기능을 상실하고 어떤 통신사의 어떤 요금제를 쓰는지에 따라서 어느 식당과 미용실을 갈 수 있는지가 결정되었다. 결국 다 망했다. 가격 정책이 복잡해져서 살아남는 시장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극장 티켓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도 이놈의 통신사 할인이다. 영화 티켓을 사면 티켓 가격의 3%가 영화발전기금으로 영진위에 간다. 영화티켓 가격이 1만원일 때 이 3%를 떼는 객단가가 7천원이었다. 영화티켓 가격이 1만 5천원으로 오를 후에는 객단가가 얼마였을 것 같나? 7천원이다. 제작사 수익배분 때에도 영화티켓 인상 이전이랑 똑같은 가격으로 계산한단다. 그래서 파묘 제작사가 비판한 적이 있고, 청문회에서 강유정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한 적도 있다. 관심 있으시면 찾아보시라. 극장에서 댄 핑계가 웃겼는데 통신사 할인 계약이 비밀유지계약이라며 티켓 가격 구조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세상에 착한 독과점은 없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넷플릭스가 워너 브라더스를 인수한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거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게 많아진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고. 롯데와 메박의 합병도 공정위가 막아야 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과 꼭 반대되는 방향으로 세상은 흘러가겠지. 내게 뭔 힘이 있나. 애초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진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