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팬이라 그가 고다르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기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시사회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오늘 보고 왔다. 여러모로 충격적인 영화였다. [네 멋대로 해라]의 팬에게는 보물과도 같은 영화이니 개봉하면 필 관람하시길 빈다. 오마쥬와 현실 고증이 축제니까. 나는 영화에 대한 평을 쓰려는 것이 아니다. 난 영화 마지막에 나온 자막 한 줄이 눈에 걸렸다.
'누벨바그의 성공으로 3년간 162명의 신인감독이 장편 데뷔작을 찍을 수 있었다.'
프랑스의 젊은 영화광, 시네필들은 영화를 비평하기 위해 카이에 뒤 시네마 라는 잡지를 만든다. 기존 프랑스 영화를 맹렬한 비판하던 이들은 직접 영화를 찍어 본인들의 주장이 맞았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기존의 문법들을 모조리 거부하고 완전히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시나리오에 감독이 구속되면 안 되고, 감독의 주제의식이 가장 중요하며, 영화의 질(퀄리티)을 위해 리얼리티를 포기하면 안 된다. 무려 1950년대에 나온 선언이지만 현재의 상업영화에도 적용할 수 있는 비판이다. 2020년대의 영화도 여전히 시나리오에 구속되고, 퀄리티를 위해 스튜디오나 소품, 분장 등 가짜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고, 감독의 주제의식 따윈 독립영화 만들때나 필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누벨바그를 이끈 감독들이 대단한 점은, 2025년에도 적용하기 힘든 이 주장을 직접 영화로 만들어 증명했고, 비평은 물론이요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성공이 더 위대한 것은 프랑스 영화에 끼친 선한 영향력이다. 20대의 젊은 감독들을 기용해 누벨바그 영화를 만드는게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제작자들은 너도나도 신인을 기용해 3년 동안 160명이 넘는 감독이 장편 데뷔를 할 수 있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물결'이 아닐까. 기존 상업 공식은 모두 무너졌다. 기존의 탑 감독들이 모두 무너져내렸다. 봉준호 감독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우기시려면 미키 17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증명하셔야 한다. 관객들은 기존 영화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누벨바그와도 달라야 한다. 홍상수 감독처럼 누벨바그의 변형이 되어선 안 된다. 저예산으로 만드는 우리나라 독립장편은 여전히 홍상수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것은 곧 누벨바그의 그림자다. 1950년대에 만들어진 공식을 사용하면서 어떻게 새로운 물결이라고 할 수 있나.
이건 다른 영화인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하는 소리다. 기존 영화에 대한 실망과 답답함만 표현할게 아니라, 새로운 영화를 만들 궁리를 하란 말이다. 새로우면서 재밌는, 영화로서, 시네마로서 기능하는 작품을 내보이란 말이다. 입모양이 맞지 않던, 연기가 튀던, 편집이 어색하던, 영화적 경험만 제공하면 관객은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70년 전에 누벨바그가 증명하지 않았느냐 이 말이다. 연구해라. 찍어내라.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라. 그러지 못할거면 감독을 포기해라. 산업이 망해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는 집어치워라. 정말 역겹다.
C'est vraiment dégueulas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