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by Renaissance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그리워한다. 보잘것없는 과거여도 그렇다. 죽고 싶던 과거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된다. 지능이 있는 생물체가 살아남기 위한 진화 방식이다. 뇌는 괴로운 기억에서 괴로움을 지운다. 그래서 지나고 나면 아련한 추억만 남는다.


지능이 있는 생물은 존재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를 향해 가는가 는 지능이 있는 생물체가 가질 수밖에 없는 근원적 질문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답이라고 할 만한 것이 나오지만 세 번째 질문은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모호한 영역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답이라고 할 만한 것도 착각일 뿐이다. 인간이 어떻게 탄생했는가는 여전히 명확한 답이 없고(그래서 미싱 링크, 잃어버린 고리라고 부른다), 어떤 위대한 과학자나 철학자도 명확히 인간을 정의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는 종교에 기대고 있다. 기존 3대 종교의 힘이 줄어들자 유사종교, 유사과학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무당이라던가, MBTI라던가.


지적생물체의 역사는 짧을 수밖에 없다. 스스로 파멸하기 때문이다. 지능이라는 것은 본인의 손익을 계산할 수 있다는 뜻이고, 상대를 속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별 것도 아닌 것에 의해 죽은 사람의 수만 생각해 봐도 인류의 역사는 길 수가 없다. 십자군만 봐도 어리석은 생각 하나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히틀러는 지지율을 위해 분노할 대상을 특정해 학살을 자행했다. 오로지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였다. 인류 역사에 계속적으로 되풀이되는 일인데 히틀러만 욕먹는 이유는 피해자가 돈과 권력을 얻어 계속적으로 그 사실을 인류에게 주지시키기 때문이다. 최고의 복수가 아닐 수 없다. 여하튼 이러한 이유로 지능이 있는 생명체가 일군 문명은 공룡처럼 2억 년은커녕 만 년도 버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인간 종은 300만 년 전에 처음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인류 문명은 기원전 4천 년 전에 탄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문명이 6천 년도 되지 않아 스스로 자멸시킬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해 내었고, 자원이 무한하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자본주의 때문에 끝없이 배출해 내는 탄소로 인해 멸망 위기에 처해있다. 인류 문명이 얼마나 위기에 처해있는지는 2022년 유럽의 여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온도가 섭씨 40도를 넘어서자 철로가 녹아내리고 전선이 녹아 사회 시스템이 마비되었다. 인류의 찬란한 문명은 고작 40도가 넘는 온도도 견디지 못한다. 50도를 넘어서면 문명이라 부를만한 것은 사라질 테고 살아남은 인류는 석기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인간 종은 문명 덕택에 공룡의 반의 반도 지속을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이제 '과거가 좋았다'라는 말이 단순한 레토릭이나 추억보정 만은 아닌 것 같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 실제로 더 좋았다. 인터넷으로 인해 정보 불균형이 사라지고 모두에게 공평한 교육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했지만 과연 그랬던가. 가짜 정보의 홍수로 이젠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는 것보다 책에서 자료를 찾는 것이 더 빠르게 되어버렸다. 인터넷의 발달로 전 인류가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고 했지만 2023년 현재 강대국들은 자유무역에서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섰다. 고갈될 거라던 석유는 새로운 시추 기술의 발달로 여전히 모든 문명의 기초가 되고 있고, 전 인류를 벌벌 떨게 한 슈퍼 바이러스가 등장했음에도 플라스틱 사용량은 늘어나고 있다. 석유문명으로 올라간 지구 온도 때문에 발생한 슈퍼 바이러스를 막겠다고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는 아이러니를 모두가 경험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슈퍼 바이러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은 20년 전부터 나왔지만 거대 자본은 온난화 탓이 아니라 특정 국가 탓이라고 하면서 여전히 석유 문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세운 한국이 여전히 낮은 출산율의 원인은 부동산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다. 평균의 함정을 이용해 0.78명이라고 호도하는 것도 부동산이 이유가 아니라고 우기기 위해서다. 부동산 가격이 세계 최고인 서울의 출산율은 0.59명이다.


우리는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지.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린 멸망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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