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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을 이기는건 불가능한 것인가

by Renaissance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가 되었음에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관성의 힘이 너무 크게 작용하여 그걸 이겨내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경우. 사실 지금이라도 모든 힘을 다하면 그 관성을 이겨낼 수 있지만 그냥 이겨내기 힘들다고 포기해버리거나,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최면을 건다. 포기하거나 최면을 거는 것보다 더 나쁜건 무지다. 구렁텅이로 빠지고 있는걸 본인만 모르고 전속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무리들.


여름시장 한국영화 빅4의 성적표가 탐탁치 않다.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손익분기를 맞춘 정도고 더문과 비공식 작전은 비참한 관객수다.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예상했기 때문에 나에겐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렇게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것이다. 작년에도 외계인과 비상선언이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고 헌트가 손익분기를 맞췄다. 한산은 수익을 냈으니 올해보다 작년이 더 성적이 나았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다를거라고 본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하지만 영화관계자들은 다른게 생각한 것 같다. 한국 영화의 여름 시장 성적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기사가 뜨는데 핀트가 잘못된 느낌이다. 구렁텅이로 빠지고 있는걸 모르는 느낌. 더문 실패를 SF라서 그렇다질 않나, 무엇을 만들어야 한국 관객이 만족할지 모르겠다질 않나.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영화계를 좌지우지 하는 점이 가장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할까. 그 이유를 모르겠으면 일을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계속 처참한 성적을 받고 있는 투배사에서 직원만 자른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수장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건 영화계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다. 오너 리스크가 아무리 커도 오너가 바뀌지 않는다. 주가가 계속 떨어져도 요지부동이다. 아마 완전히 망할때까지 오너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영화산업은 생각보다 쉽게 망한다. 100년의 역사밖에 안 되지만 영화시장이 망한 나라가 많다. 대표적인게 홍콩과 일본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게 유럽 국가들이다. 자국 영화 시장이 망해서 헐리우드 영화만 보는 나라들이 부지기수다. 우리도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현상의 최정점은 지구온난화다. 매년 태풍은 거세지고 가뭄은 심해지며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 폭염으로 철로가 녹고 정전이 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석유 문명은 가속을 내고 있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플라스틱 사용은 매년 최고치를 찍고 있다. 이상 기후로 사람들이 대량으로 죽어나가도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얘전보다 더 많이 뿜어대고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는 뛰어내리면 살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배 밖에 용암이 흐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역사적으로 뛰어난 문명이 몰락할 이유를 보면 대부분 다 관성을 이겨내지 못해서이다. 융성한 문명이 고작 '해오던 것을 바꾸지 못해서' 멸망한다. 석유 문명의 운명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100년 남짓 사는 인간이 자신의 문명이 멸망하는 것을 목도한다는 건 어찌보면 특별한 경험일 수도 있겠다. 얼마 남지 않았다. 내 삶도. 한국 영화시장도. 인류문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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