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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Aug 24. 2023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려는 국가

선진국의 조건은 부유함일까. 세계은행은 1인당 GDP 2만 달러 이상 국가를 선진국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게 유일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세계 2차 대전의 승리자이자 그 후 냉전까지 승리한 미국이 재편한 세계의 질서에서는 단지 부유함 만이 기준이 아니다.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지가 중요한 척도가 된다. 다양한 평가 기준이 있다. 정치의 청렴성, 문화나 기술의 선진성 등이다. 무언가 선도하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기후변화가 인류의 재앙이 되고 있는 이때에 선도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국가들은 '선도'의 이미지를 얻게 된다. 그런 나라의 위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고, 선진국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당연한 이치로 이미지가 하락하면 선진국 지위가 흔들린다. 티베트를 탄압하는 중국은 인권 문제 때문에도 절대 선도 국가의 이미지를 가지지 못 하지만, 시진핑의 영구집권이 현실화되면서 정치의 청렴성도 박살이 났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지만 아무도 중국을 선진국으로 보지 않는다. 사형제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주장이 개발도상국으로 돌아가자는 말과 동일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괜히 사실상 폐지국인게 아니다. 인권에 대한 문제는 매우 첨예하므로 까딱 잘못하면 선진국 지위가 흔들린다. 계엄령을 선포하는 일도 그래서 쉽지 않다. 국제적 왕따를 자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하던 국가가 일당 독재가 오래되더니 맛이 간 것 같다. 전기를 민영화하여 원전을 민영회사가 운영하게 했더니, 쓰나미로 원전이 폭발할 위험에 처하고도 바닷물을 쓰면 재활용을 하지 못한다며 끝까지 버티다 핵연료가 녹아내렸다. 핵연료가 내부시설을 녹여 합쳐진 잔해물 '데브리'는 아직 물에서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방사능 수치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쌓이는 오염수를 처리하기 위해 해저터널을 짓고 바다에 방출하겠다는 정신 나간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맛이 간 증거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돈이 없다고 해양방류를 결정했다고 하면 이해해 줄 사람이 있을 리가. 오염수 방류로 입게 될 '민폐국가'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아무리 돈이 많이 든다고 해도 다른 방법을 택하는 게 맞았을 거다. 하지만 플로피 디스크와 팩스를 아직도 고집하는 이 갈라파고스 국가는 정치도 갈라파고스화되어버려서 그런 역학관계를 보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방류를 멈추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일본은 선진국이 아니게 된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는 이웃나라를 보면서, 일개 독립영화감독도 아는 것을 어찌 정치 지도자들이 모르는지 갑갑할 따름이다. 


잘 가라 민폐국가. 멀리 안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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