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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Sep 05. 2023

결국 역도 체육관을 지르다

헬스만 하는 운동 루틴에 변화를 주려고 고민하고 있다는 글을 썼다. 그래서 헬스장 연장 신청을 안 하려는데 그걸 눈치를 챘는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헬스장에서 해왔다. 또다시 가성비에 무릎을 꿇고 헬스장을 연장했다. 하지만 3대 운동 위주의 프리 웨이트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역도 관련 유튜브를 섭렵하며 헬스장에서 슬링랙을 사용하여 혼자 인상과 용상을 연습했다. 저크는 바벨을 던질 수가 없기에 연습하지 않았다. 


몸에 익을수록 중량은 높아지고, 중량이 높아진 만큼 부상 위험이 커졌다.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검색으로 해결을 했지만 이제 더 이상 독학으로 기량 향상을 도모할 수 없는 지점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한체대 평생교육원에 주말 역도 수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한 달 전부터 내내 가을학기 공지가 올라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이게 무슨 조화인지 계속 열리던 역도 수업이 딱 이번 가을 학기에만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의해 본 결과 외부 코치진과 일이 있어서 이번 학기는 열리지 않는다고. 


크로스핏과 프사오라도 대신 다닐까 하다가 거리상의 이점을 아예 포기하고 역도체육관을 다닐까 고민해 보았다. 서울에서 역도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체육관은 구로와 송파밖에 없다. 경기로 넓히면 용인과 일산에 있다. 주변인들에게 역도의 시대가 올 거라 예상한 적이 있는데 진짜 그러려는지 일산과 송파에 역도 전문 체육관이 최근에 생겼다. 그래서 송파에 역도 체육관이 둘, 일산에 둘이 있다. 송파나 일산에 사시는 분들은 역도를 배우기 매우 좋은 환경에 있는 것이니 적극 참고하시기 바란다. 양양에 살면서 서핑을 안 하는 것이 손해고 평창에 살면서 스노보드를 타지 않으면 손해이듯, 송파나 일산에 살면서 역도를 안 하는 건 매우 손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대중교통을 타든 차를 타든 가는데 한 시간 오는데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그래서 지금까지 다니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인데 나이 들수록 새로운 경험을 안 하려고 하는 내 자신이 싫었고, 그렇게 일이 많은 것도 아니면서 일이 많아질 것을 가정하고 새로운 경험을 안 하려는 게 꼴사나웠다. 그래서 일산의 역도 체육관 회원권을 질러버렸다. 


역도는 역시나 매우 어려운 운동이고, 목봉부터 잡으며 기초를 배우고 있다. 그렇다고 반년 간 유튜브로 독학한 것이 헛된 것은 아니었으니 나와 같은 날 시작하신 분보다 익히는 속도가 더 빨랐다. 역도 체육관의 회원은 대부분 크로스핏 코치 등의 운동을 업으로 삼으시는 분들이다. 나처럼 영화를 하는 사람이, 그것도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 취미로 하겠다고 역도 체육관을 등록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코치분들도 뭐 하는 인간인가 싶어서 어리둥절하시는 것 같다. 가끔은 이렇게 재밌어서 미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렸을 땐 이런 미친 짓을 참 많이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안 할 핑계만 많아진다. 왔다 갔다 두 시간에 운동 두 시간, 하루에 네 시간을 역도에 쓰는 미친 영화인이 여깄습니다. 이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잠들기 전까지 시나리오를 써야지. 남들과 다르게 살고 있으면서 핑계는 늘어가지고, 그냥 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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