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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Dec 20. 2023

12월 파리에 대한 잡지식

불만이 많은 사람이라 비판적인 글만 쓰다 보니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여름에 많이 찾는 유럽을 겨울에 가면 어떤지 잡썰을 풀어보려고 한다. 


1. 날씨

한국 겨울도 북극 한파를 제외하면 요즘 따뜻한 편이라 한국에 비해 따뜻하다고 하는게 맞을지 모르겠다. 

내가 원래 알던 유럽의 겨울은 습한 추위였다. 

한국의 건조한 겨울과 달리 습도가 높은 유럽의 겨울 추위는 색다르다. 

분명 온도는 한국보다 높은데 인간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더 강렬하게 느껴서인지 더 추운 느낌이었다. 

이번에 간 파리는 전혀 춥지 않았다. 

2주간 딱 하루 정도 한파가 닥쳤는데 파리 시민들은 코트를 입고 다녔다. 

역시나 한국인만 추워하는 분위기였다. 익숙하지 않으니까. 


2. 유심, 인터넷, 테더링

한국은 김치찌개 집도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파리는 그런거 없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공유하지 않은 곳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현지 유심을 넉넉하게 해가는데, 

워낙 핸드폰 안 터지는 곳이 많으니 굳이 많은 데이터가 필요할까 싶다. 

데이터를 쓰고 싶어도 안테나가 터져야 말이지.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심은 테더링이 안 된다고 해서 일부러 프랑스 유심인 Orange를 사갔다. 

무려 12기가를 사 갔는데 2기가도 안 쓴 것 같다. 

테더링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 테더링을 하려고 해도 안테나가 안 터졌다. 

파리에 간다면 마음 편하게 스마트폰으로 카톡만 한다고 생각하고 저가 유심, 적은 데이터를 사길 추천한다. 


3. 빈대

가기 전에 빈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어딜가나 기자가 문제이듯, 프랑스도 호들갑이 아닌가 싶다. 

2주간 단 한 마리의 빈대도 보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빈대가 없는 것은 아닐테니, 복불복이겠지만,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너무 걱정할 필요 없을 듯 하다. 

빈대퇴치약을 챙겨서 오신 분도 있었는데, 과연 썼을지는 모르겠다. 

난 챙겨오지도 않았고 처음엔 조금 겁이 났으나 나중엔 지하철 의자에도 그냥 앉아서 다녔다. 


4. 소매치기

소매치기는 여전히 많다. 

레볼루숑의 나라라서 CCTV 설치하는 것이 빡세서인지, 

관광객이 많아서 여전히 현금을 노린 범죄가 수익이 나서인지, 

소매치기가 많으니 현금과 스마트폰을 조심해야 한다. 

지갑 대신 복대를 차고 스마트폰은 몸과 연결해놓는 체인같은 것을 추천한다. 

일행 중 소매치기가 다가옴을 느꼈던 분이 대다수였고 한 명은 결국 터렸다. 

지하철에서 여성이 길을 물어보길래 잘 모르겠어서 노선도를 보려는데 사람들이 둘러싸더란다. 

정신없게 한 다음에 지갑을 털어가는 수법이다. 

지갑은 가방 속에 들어있었고, 소매치기를 주의하려고 앞으로 메고 있었음에도 소용없었다. 

애초에 파리에서 아시아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도 웃기지 않나. 

누군가 말을 걸면 아예 자리를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5. 신용카드

파리가 변했다. 

신용카드의 시대가 드디어 파리에도 열렸다. 

아주 소액의 결제도 카드로 하더라. 

2008년 비엔나에 갔을때 모든 사람들이 체크카드를 사용하길래 조사해보니 유럽에서 유독 비엔나만 카드 사용률이 높았고, 그 수치는 압도적이었다. 그 말인 즉슨, 비엔나를 제외하고는 유럽 전역이 카드 활성화가 잘 안 됐다는 소리다. 이제는 파리도 신용카드 활성화가 됐는지, 모두가 카드를 사용했다. 한국은 여전히 IC칩 결제가 대세지만 파리는 터치식 결제를 선호했다. 결제할때 모두가 터치가 되는 단말기를 들고 다녔다. 근데 이게 당연한 모습 아닌가. 신용카드 만큼은 한국은 갈라파고스화 되고있다. 여튼 한국의 카드 전용 대중교통처럼 파리도 카드 결제만 되는 곳이 존재하니 카드를 챙겨가시길. 대박을 친 트래블로그 카드도 되고 수수료도 없으니 환전 대신에 트래블로그에 채워서 가시고, 혹시나 트래블로그 카드가 안 되는 곳을 대비해 비자나 마스터 카드도 하나 챙겨가시길.


6. 콘센트, 아울렛, 리셉터블, 플러그

Concentric plug를 줄여서 콘센트라고 부르는 돼지코 구멍. 

콩글리쉬인 콘센트는 원래 아울렛이나 리셉터블이라고 부른다. 

프랑스는 이 돼지코 구멍에 혹이 하나 불룩 나 있다. 

이런걸 왜 만들어가지고 불편하게 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플러그를 단단히 고정하는 역할과 접지를 동시에 하는, 생각해보면 합리적인 부품이다. 

물론 한국에서 쓰는 전자제품을 가져갔을때 못 꽂을 수 있다는 점이 불편하긴 하지만, 

요즘은 둥그런 플러그보다 가로로 긴 플러그가 더 많기 때문에 사실 불편할게 없었다. 

한국과 유럽의 플러그는 엄밀히 따지면 사이즈가 다르지만 우겨 넣으면 들어간다. 

자신이 쓰는 제품 중 둥그런 플러그가 있는데 이마에 구멍이 없다면 어댑터를 미리 사가자. 다이소에서 판다. 


7. 베이핑, 연초

난 연초를 태우지 않고 베이핑만 한다. 

파리는 여전히 연초 인구가 많지만 베이핑도 상당히 많아졌다. 

그 말인즉슨, 베이프 샵도 많다는 소리다. 

나는 굳이 이것저것 바꿔가며 베이핑을 하지 않으므로 액상을 챙겨갔지만 혹시 까먹어도 살 수 있다는 점. 

연초는 한 갑에 무려 15유로에 육박하므로 피시는 분은 꼭 챙겨가자. 

일행분 중 연초를 챙겨오신 분이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연초를 한 대만 달라는 분들이 너무 많았다. 

처음엔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깜빡하는구나 싶었는데, 가격을 알고나서는 어쩐지 싶더라. 

20개비 들이에 22,500원 정도 한다고 치면, 한 개비에 무려 1000원이 넘는다. 

연초 한대 달라는 소리는 천원 달라는 소리랑 똑같은 거다. 


8. 커피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익힌 불어는 앙 카페 알롱제 시부플레다. 

에스프레소 문화이기 때문에 커피를 달라고 하면 에스프레소를 준다. 

물론 에스프레소를 싫어하진 않지만, 설탕 없이 에스프레소만 먹을 만큼 마니아는 아니고, 커피를 마실때마다 설탕을 먹는건 또 싫기 때문에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주문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알롱제는 룽고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에스프레소를 물을 많이 써서 추출한 거다. 

에스프레소를 뽑은 후 뜨거운 물을 추가한 아메리카노와 본질적으로는 다르지만 맛은 비슷한 편이다. 

아메리카노보다 물을 적게 탄 롱블랙과 더 흡사하다. 

앙 카페 알롱제 시부플레 는 알롱제 한 잔 주세요 라는 소리다. 

에스프레소는 싫고 커피는 마시고 싶다면 알롱제를 기억해두시라. 


9. 음료, 물

20년 전 독일에 살때 밥 먹으러 갈 때마다 음료는 뭐 시킬거냐고 물어보는게 짜증났었다. 

음료 한 잔에 국밥 가격인데 굳이 밥 먹는데 음료를 시켜야 하냐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이제 문화가 바뀐건지 외국인에게는 관대한건지 식당에서 음료를 시키지 않아도 눈치주지 않더라. 

기본 물!!!!!을 공짜!!!!!로 주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유럽답지 않아서 좀 찾아봤다. 

유럽은 수돗물에 석회가 많아서 식용으로 쓸 수 없기에 마실 물은 돈 주고 사는게 당연한 곳이다. 

공짜 물이란건 한국처럼 지하수에 석회가 없는 축복받은 나라에만 있는 거다. 

파리는 왜 물이 공짜일까 찾아보니 파리의 수돗물 정화 시스템은 석회를 어느정도 걸러낸다는 것. 

그래서 서울의 아리수처럼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 자랑스럽게 홍보하더라. 

어쩐지, 공짜엔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소량의 석회는 섞여있으니 찝찝하다면 따로 물을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로 파리의 식당에는 세 가지 물이 있다. 

기본 공짜 물 - 수돗물

가스 물 - 탄산수

가스없는 물 - 생수


10번까지 채우려 했으나 뭔가 숫자 강박에 지배받는 느낌이 드는데다 이미 9번도 과연 필요한 정보인가 싶어서 여기까지만 쓰련다. 


다음 글은 또 불만 가득한 글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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