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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Dec 31. 2023

2023 월간 불만 어워즈

브런치 이름이 따로 없다. 하도 불만이 많고 불만 섞인 글만 쓰니까 내년부터 글을 '월간 불만' 매거진에 묶어서 써볼까 한다. 1월호부터 해서 12월호까지 다양한 불만으로 모시겠다. 그리하야 창립기념 2023년 어워즈를 신설해봤다. 내가 뭐라고 이런걸 하냐고 할 수 있지만 나름 입봉 감독에 상업 각색도 한, 신인 영화감독이다. 그런 사람은 뭘 재밌게 봤는지 재미로 봐주시기 바란다. 기준은 올해 내가 접한 것중에 최고를 뽑아봤다. 


1. 영화

영화 부분은 사실 그렇게 치열하지 않았다. 영화계 입문하고 나서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다. 물론 보통 사람보다는 많이 보겠지만 영화에 입문하기 전에는 일주일에 몇 편씩 보고 하루에 두세편을 몰아보기도 했었는데, 이젠 일주일에 한 편 정도 보는 것 같다. 그래도 올해 나온 한국 상업 대작은 다 봤다. 

올해 본 영화 중에 최고는 루벤 외스틀룬트 감독의 [포스 마쥬어 : 화이트 베케이션]이다. 

[슬픔의 삼각형]을 보고 홀딱 반해서 감독의 필모를 싹 훑었다. 모든 필모가 뛰어났지만 단연 포스 마쥬어가 압도적이었다. 인간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존재인지 매우 불편하게 드러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수작 중의 수작이다. 지나가다 이 글을 읽은 분은 꼭 보시길 강추드린다. 

영화부문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했던 경쟁작은 올해 칸느 팔롱도르 [추락의 해부]이다. 아직 한국에 개봉하지 않았고 프랑스에서 봤는데, 엄청난 작품이다. 2024년 1월에 개봉한다고 하니 강추드린다. 


2. 책

가장 치열했던 부문이다. 영화보다 책을 많이 읽었으니까. 책도 고전 문학을 많이 읽어서 어떤 작품에 상을 줘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역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이길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이제 절판되어 신권은 사지 못하는 '김학수' 번역본을 추천드린다. 중고로 쉽게 구할 수 있다. 거장의 마지막 작품 답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응축되어 있다. 그 메시지가 과한게 유일한 단점이고, 장점은 역시나 도스토예프스키 작품 답게 온갖 거지같은 인간 군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정말 이런 인간이 있을까 싶은 캐릭터들의 향연. 세상엔 이런 거지같은 인간들이 존재한다. 나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 

가장 치열하게 경합했던 후보는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이다. 파격적인 형식의 소설은 중반까지 몰입하기 힘들지만, 한번 이 스타일에 익숙해지고 나면 미친듯이 빨려 들어간다. 카라마조프라는 걸출한 경쟁작이 없었다면 단연 올해의 책이 되었을 거다. 르네상스에 대해 서양의 시각과 역사만 익숙한 우리에게, 타 문화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르네상스가 불러온 변화는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는 책이다. 터키 작가가 터키의 역사를 다룬 소설이니 참고하시길. 


3. 노래

노래도 치열했는데 어떤 곡에 베스트를 줘야할지 고민돼서 그냥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을 뽑았다. [Café Café (Inve & Forsi Remix) -Brothers In Arts]이다. 올해는 Nu Disco 장르를 특히 많이 들었는데 그 중 이 노래를 가장 많이 들었다. Brothers In Arts는 프랑스의 DJ 듀오다. 프랑스 DJ 듀오하면 자동으로 Daftpunk가 떠오르는데, 이젠 Brothers In Arts도 떠오를 것 같다. 하우스 중에도 프렌치 하우스를 제일 좋아하는데, Nu Disco에서도 가장 많이 들은 곡이 프랑스 DJ의 노래라니. 올해 이래저래 프랑스랑 연이 많네. 

경쟁작은 역시 Nu Disco 장르이고, Purple Disco Machine의 Body Funk이다. 퍼플 디스코 머신은 테크노 강국 독일 태생 DJ이다. 사실 앨범으로 따지면 퍼플 디스코 머신을 더 많이 들었는데, 앨범상이 아니라 노래상이고, 카페 카페에게 청취 횟수에서 뒤졌다. 디스코는 역시 유럽이다. 

한국에도 명 디스코 노래가 많다. 그 중 하나만 언급하고 가자면 역시 김완선의 [리듬속에 춤을]이다. 가끔 우울할때 듣는 곡인데 예능에 나와서 다시 유명세를 탄 것 같더라.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디스코 열풍이 다시 불기를. 


4. 유튜브

[침착맨]이다. 경쟁상대가 없다. 압도적으로 침착맨 채널을 많이 봤다. 배도라지 크루의 다른 채널은 모두 재미없고 오로지 침착맨만 재밌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최고는 단연 궤도의 과학 특강이다. 침착맨의 라이브 방송도 보지 않고, 송출분 원본도 보지 않는 내가 굳이 원본박물관 채널에 가서 오리지널 송출분을 찾아 보게 만든 유일한 방송이었다. 계속 과학 얘기를 하려는 궤도와 어떻게든 방송을 끝내려는 침착맨의 대결은 가장 날카로운 창과 가장 튼튼한 방패의 대결만큼 흥미진진하다. 

연말에 몰아서 많이 봤던 채널은 [보다 BODA]이다. '과학을 보다'가 재밌어서 모든 편을 몰아본 것 같다. 과학도 스토리텔링으로만 소구하는 나란 존재가 새삼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과학 공부를 해볼 생각은 없으면서 과학에 얽힌 스토리텔링만 주구장창 소비하고 있다.  


5. 미술 전시

내가 본 것 기준이니 루이비통재단미술관의 [마크 로스코 전]을 꼽겠다. 한국에서 열린 대형 미술 전시는 다 갔다. 유화를 직접 그리기도 하고, 어렸을때부터 그림 보는 것을 좋아했기에 미술 전시는 챙겨보는 편인데 프랑스에서 본 마크 로스코 전은 압도적이었다. 한국은 섬나라라서 해외 유명 아티스트 전시회를 해도 가져올 수 있는 그림 갯수와 크기에 한계가 있다. 대형 작품을 가져와서 전시한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프랑스에서 본 마크 로스코 전은 물량도 압도적이었고 한 벽면을 차지하는 크기의 대형 그림이 너무나도 많았다. 우리나라가 섬나라라 라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이 애석하다. 

한국에서 본 전시를 언급 안 하고 넘어가긴 아쉬우니 하나를 꼽자면 이상원 작가의 [Floating People] 전시였다. 홍대에서 열린 개인전이었는데, 내가 돈만 있으면 작품을 사고 싶게 만든 유일한 전시였다. 유화 물감을 쌓아올려 입체로 만드는 이상원 작가의 스타일과 색감각이 너무 좋았다. 


다른 부문들도 뽑고 싶지만 연극도 몇 편 안 봤고, 뮤지컬은 한 편 봤고, 오케스트라도 한 번 밖에 보지 않았다. 시리즈물은 원래 보지 않고, 예능 등의 TV도 보지 않는다. 하여 이 정도 선에서 2023 월간 불만 어워즈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2024년 월간 불만 1월호로 돌아오겠다. 새해에는 더 많은, 더 다양한 문화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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