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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Jan 07. 2024

클라이밍의 마케팅에 관한 고찰

처음 클라이밍에 관심이 생겼던 것은 대학교 때였다. 내 기억으로 졸업할 때 즈음 이대 쪽에 첫 클라이밍 센터가 생겼고, 도대체 저건 무엇일까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관심이 생겼다고 쉽사리 도전할 만한 종목이 아니지 않은가. 클라이밍 이라고 하면 암벽등반만 생각하고, 내가 평생 암벽등반 할 일이 있을까 라는 생각과, 월등한 신체능력을 가지지 않으면 하지 못할 종목이라는 두려움이 앞섰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니었을 것이고, 첫 클리이밍 센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클라이밍이 그렇다고 한국에 정착을 못한 것은 아니다. 작년에 관심이 생겨 검색을 해보니 많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여러 클라이밍 센터가 운영중이다. 클라이밍 월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층고가 넓은 면적이 필요하니 임대료가 비쌀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홍대, 종로 등 비싼 동네에 클라이밍 센터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계속 해보자 해보자 해놓고 어제에야 비로소 첫 체험을 했다. 너무 재밌더라!


클라이밍은 리드 클라이밍, 스피드 클라이밍, 볼더링 세 종목이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영화속에서 봤던 암벽등반은 리드 클라이밍이다. 가장 인기있는 종목은 단연 볼더링. 난이도별 코스가 정해져있고, 해당 색깔과 같은 홀드만 잡고 밟아가며 정상에 올라야 하는 종목이다. 코스 색깔을 보면서 루트 파인딩부터 해야한다. 길을 뜻하는 루트와, 찾기에 해당하는 파인딩, 즉 길찾기이다. 난이도가 올라갈 수록 도대체 어떻게 가야 하는건지 모르겠는, 퍼즐같은 느낌이었다. 앉아서 눈으로만 보아봤자 답이 나오지 않을터. 일단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갔다가 첫 홀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감이 안 오는 경우도 있었다. 말 그대로 퍼즐 같은 느낌인데 몸을 써야하니, 머리 쓰는 것도 좋아하고 몸 쓰는 것도 좋아하는 나에게 딱인 스포츠 아닌가! 체험강습 1시간이 끝나고 자유시간이 되자 초보자 코스부터 돌파하기 시작해서 무리하지 말자, 제발 무리하지 말자, 역도해야 된다, 다치면 절대 안 된다 고 다짐에 다짐을 해놓고도 최고레벨까지 도전하게 되었다. 최고 난이도에서 한단계 낮은 레벨까지 클리어했는데 시작도 못하고 어리버리 하고 있으니 쌉고수 님이 도와주셨다. 나이 먹어서 클라이밍에 도전하는 나에게 공경의 의미로 도와주신 것인지, 하나하나 깨면서 재밌어하는 뉴비를 도와주고 싶어셨는지, 삭막하게 생긴 나에게 친절을 내밀어준 그 분의 시범을 보고 아, 저렇게도 시작할 수 있구나 하면서 결국 클리어 할 수 있었다. 그 정도 난이도를 깨면 보고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더라. 내가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아본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사실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클라이밍의 매력. 볼더링이 재밌으니 모두 볼더링 하는 곳에만 모여있고, 단연 클라이밍 센터에서 가장 공간을 많이 할애한 부분도 볼더링이다. 매너상 한 사람이 도전하면 그 코스와 루트가 겹칠 것 같은 코스는 다른 사람이 도전하지 않는다. 난이도가 높을수록 잡다가 떨어질 확률이 매우 높고, 바닥은 매트라 안전하지만 거기에 물건이나 사람이 있으면 크게 다칠 수 있다. 하여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는데도 한 사람이 벽을 타러 가면 다른 사람들은 매트에 올라가지 않고 바닥에서 지켜본다. 난이도가 높은 코스일수록 벽을 사용하는 면적이 많아지니 한 사람만 올라가도 다른 사람들은 기다린다. 그러면 도전자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벽을 타야 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강제로 관중이 된다. 그러니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면 다들 지켜볼 수 밖에 없고, 응원을 하게 되고, 떨어지면 안타까운 탄식을 한다. 성공하면 도전자도 좋아하고 관중도 좋아한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문화인가! 문제는 이토록 매력적인 스포츠를 직접 체험하러 가기 전까지 내가 전혀 몰랐다는 것에 있다. 무려 1년이나 질질 끌다가 결국 새해가 되고서야 도전을 했다는 말은 그간 내가 클라이밍 센터를 찾아본 것만 수십번이라는 얘긴데, 그러면서도 이 클라이밍 문화와 볼더링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역도나 서핑은 검색 몇 번만 해보면 그 씬의 문화나 매너, 분위기에 대해 금방 알 수 있다. 클라이밍은 가장 강점인 부분을 전혀 마케팅을 못하고 있다. 물론 주말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꽉꽉 들어찬 센터를 보면 마케팅이 따로 필요가 없는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안 하는 것일 수도. 왜 홍대에 클라이밍 센터가 두개나 있는지도 알게 됐는데, 성비가 여성이 압도적이다. 체력장이나 자격시험 같은 것을 보면 여성분들은 팔굽혀펴기나 턱걸이를 한 개도 못 하는 분들이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클라이밍 장에는 여성분들이 많았다. 팔 힘으로 자신의 체중을 지탱할 수 있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스포츠인데, 남성보다 여성이 클라이밍에 매력을 더 느끼는 이유가 뭘까. 고인물로 보이는 여성 클라이머가 어려워하는 코스에 내가 도전해서 탑을 찍을 수 있는 이유는 오롯이 내 힘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성분들이 많다는게 이유가 궁금하고, 신기하고, 언젠가 그 답을 찾아낼 수 있을지. 


무리를 했는지 어깨가 아프다. 강사님이 팔 쓰지 말고 다리를 많이 쓰라고 강조했는데 난이도 높은 코스는 그런 기초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물론 쌉고수님들은 다리힘 만으로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난 어깨를 많이 써서인지 아파서 역시 무리했나 싶다. 내일 역도가야 하는데 하루종일 스트레칭 해야지. 안 해보신 분들은 한번 체험해보시길 강추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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