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 기다림의 시간
얼마 전, 막달 검진 차 병원을 찾았다.
이전에 정상 수치가 나왔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태동검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검진을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간호사가 급하게 들어왔다.
“어머니, 자세를 바꿔야 할 것 같아요!”
다급한 목소리에 순간 숨이 멎었다.
무슨 일이지? 아이의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나 역시 자세가 불편했지만, 아이가 잘 움직이고 있어 괜찮다고 생각했다.
간호사는 다시 검사를 해보자며 분만실로 안내했다.
‘분만실이라니, 설마 지금 낳는 건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굳게 닫힌 문, 차가운 공기, 알코올 냄새.
그저 정기검진일 뿐이었는데,
순식간에 다른 세상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입장 시간을 적고, 손 소독을 하고,
침대에 누워 다시 태동검사를 시작했다.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손에 쥔 버튼을 눌렀다.
기계의 삐- 소리와 함께
아이의 심장 소리가 일정하게 들려왔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한 적이 있었나..’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내 마음도 함께 뛰고 있었다.
혹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지금껏 이 생명을 충분히 느끼지 못한 미안함.
그 두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렇게 두 시간의 침묵 속에서,
나는 조금씩 엄마로 자라났다.
다행히 결과는 정상이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주치의를 만났다.
선생님은 첫 번째 검사에서
탯줄이 잠시 눌려 심박수가 떨어졌던 것 같다고 했다.
흔한 일은 아니니, 3일 후에 다시 검사를 해보자는 말씀을 하셨다.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단호한 말투에 마음이 다시 무거워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괜히 눈물이 또 흘렀다.
가뜩이나 작게 자라고 있는 아이라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임신 초반에는 유산이 두려웠고,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또 다른 불안이 찾아왔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저 매일의 순간을 느끼고,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마음을 기울이는 일.
그게 지금,
내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