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기다림이 의미가 되는 순간

출산 - 기다림에서 마주함으로

by Renee

지난 11월 15일, 드디어 아이를 만났다.

기다림의 연속이었던 긴 임신 기간이

조용히 끝맺음을 준비하던 순간이었다.


새벽부터 규칙적인 통증이 찾아왔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급히 짐을 챙기고 병원으로 향했다.
차분하게 서류를 작성하고 검사를 마친 뒤,
곧바로 분만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마취과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자연 진통이 어떤 감각인지 처음으로 온전히 맞닥뜨렸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복부가 강하게 조여 왔고,

뼈와 근육 사이로 낯선 힘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처음부터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다.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그 길을
나 역시 함께 호흡하며 응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통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거셌다.
몸이 산산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다 무통이 들어오는 순간,
아득했던 정신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봄이(딸)는
온 힘을 다해 나와 리듬을 맞춰 주었다.
그 덕분에 단 4시간 만에 출산을 마칠 수 있었다.


마지막 힘을 모두 쏟아낸 뒤
아이의 첫울음이 울려 퍼지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벅참이 조용히 차올랐다.


10개월 동안 기다려 온 시간이
작은 선물처럼 내 품에 안겨 있었다.


세상에 와줘서 고마워, 봄아.

네가 와준 순간, 모든 기다림은 의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