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시작, 나를 멈추고 기다림을 배우는 시간

임신 - 기다림의 시간

by Renee

어느덧 37주 차가 되었다.

이제 언제 아기가 세상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다.


일을 하다 진통이 오면 안 되니
37주 차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사실 마음 한편엔 아직 여유가 있었다.

39주까지는 충분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욕심을 조금만 부리면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멈추기로 했다.
그렇게 내 출산휴가가 시작되었다.




막상 쉬게 되니 낯설었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게 이렇게 어색할 줄은 몰랐다.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까,
어떻게 보내야 하루가 ‘괜찮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아직도 몸 어딘가에는
일의 리듬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루틴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아침이면 출근하는 남편을 데려다주고,
동네 주변을 20분쯤 걸었다.
차가운 공기와 햇살이 닿을 때마다

조금씩 몸이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와 간단히 아침을 먹고 스트레칭을 했다.
"막달일수록 몸을 자주 움직여야 해요."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세 번,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나의 시간을 보냈다.
책을 읽거나, 영어공부를 하거나, 글을 썼다.


아마 마음 한구석에는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안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 적기 시작했다.




출산휴가를 시작한 지 벌써 2주가 되어간다.
시간은 느리게 흘러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빨랐다.


회사에 있을 때보다 더 부지런히 하루를 살고 있는 기분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분명해지고,
그 안에서 나를 돌보는 감각이 조금씩 살아났다.




요즘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조용히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일에서 벗어나
조금 느려진 시간 속에서
‘나’를 다시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의 끝에는
사랑하는 아이가 있다.


아직 만나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이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산다.


차분하고, 느리게,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




이제는 안다.
출산휴가란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
한 생명을 맞이하기 위해

마음을 다듬고, 기다림을 배우는 시간이라는 걸.


매일 조금씩 느려지고,
조금 더 단단해지는 지금.

나는 고요히,
아이를 기다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