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주 차, 이게 말로만 듣던 산전우울증인가

임신 - 기다림의 시간

by Renee

34주 차쯤의 일이다.

임신하고 처음 맞는 추석이었다.


이번 연휴는 일주일 이상 쉴 수 있었다.
남편과 함께 어떻게 보낼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들은 출산 전에,

아기가 태어나면 하기 어려운 것들을 미리 조언해 주었다.


바다를 보고 오기,

고깃집에 가서 고기 먹고 오기 등..




창밖으로 흩날리는 나뭇잎을 보며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하다,

문득 생각이 멈췄다.


마치 마지막 잎새처럼,

곧 자유를 잃게 될 시한부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한 달 남았네..

아기가 태어나면,
이전처럼 자유롭게 나가기 어렵겠지.’


그 순간,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잠깐의 울음일 거라 생각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더 슬펐던 건,

아기를 만날 설렘보다
자유를 잃는다는 슬픔에 더 집중하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아이가 느낄까 봐 괜히 미안했다.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 엉망이 되었다.

남편에게 들키지 않으려 조용히 창밖만 바라봤다.


그런데 그 순간,
이 감정을 혼자 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이란 건, 이런 마음까지 함께 나누는 일이니까.


남편에게 말했다.
“휴지 좀 가져다줄래?”


그가 다가와 코끝의 콧물을 닦아려주는 순간,
눈물을 보고 멈췄다.
“왜 울어?”


그 한마디에 또 눈물이 터졌다.

그제야 모든 걸 털어놓았다.

막연한 두려움,
설명하기 어려운 외로움,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미안함까지.


남편은 아무 말 없이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온기가 마음 깊숙이 번져왔다.




그렇게 오랜만에,
참 많이 울었다.

아무 이유 없는 듯했지만,

사실은 이유가 너무 많았던 울음이었다.


모든 게 변해가는 시기였다.

몸도, 마음도, 나 자신도.

아직은 그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조금 낯설고, 그래서 더 미안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산전우울증인가..'


그날 밤, 남편과 함께 기도했다.

두려움보다 기대가 조금 더 크기를.

그리고 이 시간이
언젠가 고맙게 떠오르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