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 기다림의 시간
임신 24주 차, 처음으로 입체초음파를 보았다.
약 30분 동안 진행된 화면 속에는
아기의 손과 발, 그리고 또렷한 얼굴이 담겨 있었다.
콧대는 아빠를 닮은 듯했고,
입술은 내 얼굴을 닮은 것 같았다.
작고 선명한 생명체가 내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경이로웠다.
검진이 길어질 무렵,
문득 남편이 함께 이 순간을 봤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 말 한마디 하지 못한 마음이 조용히 가슴속에서 울렸다.
매번 연차를 내서 병원에 함께 오기는 쉽지 않았고,
나는 20주가 넘도록 대부분의 검진을 혼자 받아왔다.
그날따라 남편과 나란히 앉아 있는 다른 부부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아마 조금의 서운함, 그리고 혼자라는 외로움이 뒤섞였던 것 같다.
임신 중엔 호르몬 영향으로 감정이 요동친다고 하지만
나는 그저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선생님이 초음파를 살피시다 놀란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어머니, 회장님(아기)이 조금 불편하신가 봐요.”
화면 속 아기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 감정이 아이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했다.
정말로, 아기도 엄마의 마음을 느끼는구나.
눈물을 삼키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게요, 아이가 왜 이렇게 찡그리고 있을까요.”
그 말 뒤로, 나와 아이는 알고 있었다.
감정은 숨길 수 없다는 것.
이젠 내 안에 또 하나의 생명이,
내 마음과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
그날 이후로 생각했다.
엄마가 된다는 건, 누군가와 감정을 함께 살아내는 일이라는 것.
아이의 표정 하나에도 내 마음이 닿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고요히, 나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의 하루가 누군가의 세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미안하고, 고마우며,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