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으로 떠났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뮤지엄 산은 2013년 개관했으며 깊은 산 속에 위치해있다.
전시나 공간들을 여유있게 둘러보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이곳은 워터 가든이라고 불리운다.
반영 때문에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다.
아치 사이로 걸어 나가면 마치 하늘을 걷는 듯 하다.
하늘과 나무, 붉은 구조물의 반영은 흐트러짐 없이 물 위에 떠있다.
물 안에는 새카만 해미석들이 촘촘이 박혀있다.
입장을 위해 매표를 할 때(성인 기준 28,000원) 제임스 터렐(James Turrel) 전시 관람을 미리 정해진 시간에 예약해야 한다.
마침 곧장 빈 시간이 있어 바로 제임스 터렐 전시관으로 이동했다.
운이 나쁘면 예약이 꽉차 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갔던 스카이스페이스.
벽이 둥그렇게 둘러져 있고 천장에 둥그런 구멍이 나있다.
둥그런 구멍 너머로는 하늘이 보인다.
이곳에서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두번째 호라이즌 룸.
계단을 오르며 하얀 빛으로 향해 나아가는데 마치 다른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계단의 끝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다.
세번째 웨지워크.
장막이 둘러져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공허한 텅 빈 공간에 빛이 존재 할 뿐이다.
눈은 금새 어둠에 적응해서 조그만 빛에도 크게 반응했다.
마지막 간츠펠트.
간츠펠트는 독어로 완전한 영역이라는뜻이라 한다.
빛과 공간의 독특한 설계로 내가 서있는 곳이 무한한 영역인 양 착각이 일어나는 곳이다.
끊임없이 뻗어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좌우는 꽉 막혀있고 반대편은 뚫려있는 공간이다.
제임스 터렐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뮤지엄 산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곳은 스톤가든이다.
신라고분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조그만 돌산 9개와 각종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조각조각 하얀 돌들이 촘촘히 둥그런 언덕을 채우고 있다.
스톤가든을 지나 전시관 안으로 들어왔다.
큰 유리창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창살마다 그림자가 어렸다.
쭉 뻗은 창살들과 쭉 뻗은 그림자들이 인상적이었다.
전시관을 거닐다가 어느 유리문을 열고 나오니 왠지 모르게 계단식 논을 닮은 공간이 나타났다.
이곳은 간단한 식음료를 해결할 수 있는 '카페 테라스'가 있는 곳인데 무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야외 테라스 자리는 만석이다.
산등성이가 선명하게 보이는 청명한 날씨여서 풍경이 더욱 아름다웠다.
야외 테라스는 이런 풍경을 앞에 두고 휴식을 취할 수 있기에 인기가 많은가보다.
지난 9월에 왔을 때 이곳에서 파스타를 먹었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이번에 다시 방문해서 다시 파스타를 주문하려고 보니 메뉴가 사라졌다더라.
샌드위치나 음료 정도를 파는 것으로 메뉴가 줄어들었다.
관광객이 붐비는 날이었던지라 다른 사람들은 앉을 자리가 없어 주문을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우리는 야외 테라스에 자리가 없어 실내에 겨우 자리잡고 샌드위치와 음료들을 사 먹었다.
이곳은 안도 타다오의 노출 콘크리트가 돋보이는 공간이었다.
마감을 따로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콘크리트를 내보이면서 공간을 만들어 냈다.
안으로 들어서면 삼각형의 하늘이 눈안에 담긴다.
정가운데에는 조형물이 하나 자리잡고 있는데 조용히 물이 흐르고 있다.
콘크리트와 하늘, 빛과 그림자, 물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엮여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냈다.
전시관 밖으로 다시 나와 하얀 자작나무 숲 사이를 지나갔다.
그러면 패랭이 꽃들이 가득한 플라워 가든이 나타난다.
작년 9월즈음에 왔을 때는 패랭이 꽃이 한가득이라 분홍 융단 위에 있는 기분이었다.
이번에는 뭔가 듬성듬성한 기분이었는데 무더운 여름날에 할머님들이 패랭이 꽃을 곳곳에 심고 계셨다.
군데군데 듬성하게 피어난 패랭이 꽃들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반나절이 지나고 뮤지엄 산과의 작별시간.
좀 더 늦은 가을과 눈 덮힌 겨울 날에 다시 찾아와야지 생각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차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