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NA Dec 28. 2017

호이안 밤거리 걷기

호이안 올드타운에서 마지막 밤

선셋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붉은 등과 수영장을 채운 푸른 불빛이 신비로웠다.


이 분위기 속에서 수영을 해도 그만이었건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숙소에 들어와 조금 쉬었다.


그새 수영장은 문을 닫고 홍등도 불이 꺼졌다.


슬슬 나갈 채비를 하고 숙소 밖으로 나섰다.



자전거를 빌릴 수도 있었는데 캄캄한 밤이니까 그리 더울 것 같지 않아서 걷기로 했다.


설렁설렁 걸어가는 길,

몇번을 오고간 탓인지 길이 무척 익숙했다.



호이안은 역시 밤에 더 아름답다.


이 등불들이 뭐라고 사람을 이리도 황홀하게 하는지!


대롱대롱 매달린 어둠을 밝히는 등불들을 쫓아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밤이라고 덥지 않은 건 아니더라.


강변을 거닐때는 몰랐는데 골목 구석구석에 들어서면 급격히 더워졌다.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무더웠던 호이안의 밤!


아름다운 색색의 등불들을 보며 더위를 쫓아본다.



길을 걷다가 어느 샵에 들어가서 구경을 한참 하다가 몇가지를 골랐다.


그런데 계산하다가 난관에 봉착했다.


카드로 계산하려는데 기계가 말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원은 할 수 있다며 계속 시도하고 또 시도하고 그렇게 삼십분이 흘렀다.


결국 참다 못한 우리가 그냥 현금으로 계산하겠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그냥 현금으로 계산했으면 될 것을 땀만 잔뜩 뺐다.





걷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것이 몇배는 더 덥다는 사실이 난 이해가 안되었다.


움직여야 열량이 소비되면서 더 더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호이안에서는 정반대였다.


가만히 있으면 땀이 줄줄줄,

정신없이 그냥 걷는 것이 더 나았다.


계산하느라 가게 안에서 가만히 진빼는 동안 땀이 줄줄줄 온 몸에서 흘러내렸다.



훌륭한 기념품들(?)은 건졌지만 지옥문 같았던 샵에서 빠져나왔다.


시원한 것이 너무너무 마시고 싶었다.


얼음장 같이 시원한 실내는 바라지도 않았다.


이 곳에서는 그런 곳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그저 시원한 음료나 술이라도 있으면 감사했다.



그래도 강변가로 나오니 살 것 같았다.


더위가 조금씩 가시는 것 같았다.


등의 불빛들은 강위로 흩뿌려져 잔잔하게 움직였다.


이 아름다운 투본강 야경 때문에 미치도록 더워도 호이안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강변 풍경을 옆에 두고 야외 테라스에 앉아 칵테일을 한잔씩 마셨다.


푸른 칵테일 이름은 블루라군(BlueLagoon).


블루라군은 특별한 이유 때문에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호이안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2달 후 우리는 아이슬란드로 떠날 예정이었다.


그곳에 있는 인공온천인 블루라군에 들릴 예정이었는데 우연찮게도 메뉴판에서 '블루라군'을 만나게 된 것이다.



강변 식당에서 칵테일과 시원한 맥주로 흥을 돋우며 지금의 여행, 그리고 다음 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밤은 무르익었다.


더위를 식히며 배도 채웠으니 다시 밤거리를 걸었다.


검은 하늘 위에 둥둥 떠있는 듯한 불빛들은 너무 아름다웠다.


호이안의 밤,

이제 오늘이 가면 안녕일테니 눈에 가득 담아두었다.




어제처럼 밤늦게 등불이 다 꺼진 무서운 거리를 걷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은 일찍 여행을 마무리하고 숙소에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 매점에서 마실 것들을 샀다.


물과 쥬스 그리고 맥주!


그리고 바나나 로띠를 파는 곳이 있어서 야식으로 먹을 요량으로 하나 샀다.



밀가루와 계란을 얇게 부친 반죽 안에 바나나를 채워넣고 초코시럽을 위에 뿌려주셨다.


열심히 만들어 주시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왔다.


주인 아저씨가 농을 빌려줘서 그걸 쓰고 처마 밑으로 뛰어가 비를 피했다.


신기하게도 비는 금새 그치고 다 만들어진 로띠를 들고 숙소로 무사히 갈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이안 투본강 선셋투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