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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Jan 19. 2018

고자우제에서 빈까지 5시간

나홀로 유럽여행, 이동하는게 제일 힘들다!!


고자우제를 떠나는 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이곳에 세찬 바람이 불고 매섭게 비가 내렸다. 여태까지 여행 중 최악의 날씨였다.

1층 레스토랑으로 내려가 조식을 맛나게 먹고 9시 40분 즈음에 체크아웃을 했다. 캐리어를 낑낑 들고 1층으로 내려왔다. 캐리어가 어찌나 무겁던지 팔이 떨어져 나갈 듯 아팠다. 숙소 뒷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한동안 버스를 기다렸다.


고자우제에서 먹는 마지막 조식


하늘에 구멍이 난 듯이 비가 쏟아졌다. 우산이 빗겨간 자리는 무조건 폭삭 다 젖어 버렸다. 캐리어는 호숫물에 퐁당 담갔다가 꺼낸 것마냥 축축해졌다.

바트이슐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사방에서 비를 맞으며 캐리어를 넣고 우산을 접고 겨우겨우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바트이슐역에 도착해서 빈 서역(Wien Westbahnhof)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48.6유로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의 기차표였다. 빈 서역으로는 한번에 갈 수 없었고 중간에 아트낭푸하임(Attnag-puchheim)역에 내려 기차를 갈아타야 했다.



기차에 오르고 출발!


바트이슐역에서 아트낭푸하임역까지 가는 기차에 올랐다. 기차 위에 오르면 혼자하는 여행 중 가장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시작된다. 긴긴 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하는데 자고 일어나도 또 자고 일어나도 계속 기차는 달리고 있었다. 나에게는 말동무도 없고 잠깐 화장실을 가려고 해도 짐을 지켜줄 이가 없었다. 갑자기 생겨나는 돌발상황에도 혼자 대처해야 한다. 그런 상황이 오면 밑도 끝도 없이 서글퍼진다. 문제가 해결이 안되어도 상관없다. 같은 상황에 처한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위로가 될 것인가!


독일 로텐부르크에서부터 함께한 토끼인형 바람이!


독일 로텐부르크에서 데려온 토끼 인형을 벗삼아 외로움을 달랬다. 로텐부르크에 바람이 많이 불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 이름을 바람이라고 지었다. 이름을 지어주니 더욱 더 소중한 인연으로 느껴졌다.

아트낭푸하임 역에 도착하고난 뒤 빈 서역으로 가는 IC 546 기차로 갈아 탔다. 분명 필요한 것들만 넣은 것 같은데 캐리어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 기차에 탑승할 때 캐리어가 너무 무거워 몸이 뒤로 넘어갈 뻔 했는데 같이 기차를 타던 어느 여자 승객분이 내 캐리어를 쭉 끌어 올려 주셔서 무사히 탈 수 있었다. 유럽여행 오기 전에 체력부터 좀 키워놓을껄 그랬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한적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옆자리에 캐리어를 두었다. 유럽여행 중 기차로 이동할 때 이 캐리어가 무지 신경쓰였다. 기차 내 보이지 않는 곳에 캐리어를 뒀다가 도난 당했다는 글을 너무 많이 봤기에 이렇게 보이는 곳에 두어야 안심이 되었다. 우리나라처럼 생각하고 캐리어 칸에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고 들었다. 공간이 없어 피치못해 그렇게 두게 된다면 자물쇠로 꼭 잠궈 놓아야 했다. 복불복이겠지만 타지에 나와서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창밖너머의 풍경


아침 10시에 출발해서 빈 서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무렵이었다. 세상에나, 몇시간동안 나는 주구장창 이동만 했던 것이다. 여행다니면서 도시간 이동하는 일은 참 힘들었다. 특히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기란 쉽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빈 서역에서 숙소는 상당히 가까운 편이었다. 5분 남짓 걸렸던 것 같다.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 스텝 언니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 무료로 싱글룸에서 더불룸으로 업그레이드를 하겠냐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예쓰!라고 외쳤다. 이게 왠 행운일까, 룰루랄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이 너무 하애서 조금 놀랬지만 넓고 쾌적해서 마음에 들었다.

내가 배정받은 더블룸
창문 사이로 햇살이 잘 들었다


기차 안에서 가만히 의자에 앉아 이동했던 시간이 대부분일텐데 하루종일 걸어다닌 것마냥 진이 다 빠졌다. 아니면 마침내 숙소에 도착해 여태 가졌던 긴장이 다 풀려서일까? 마음 같아서는 침대에 드러누워 한숨 푹 자고 싶었지만 빈에서 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기에 그럴 수 없었다. 숙소에 짐을 두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빈을 둘러보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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