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 화백의 작품들을 만나다
경주타워를 나와 솔거미술관으로 향했다.
한 10분정도 걸었던 것 같은데 추워서 그런지 꽤나 멀게 느껴졌다.
날씨만 좀 더 따뜻했더하면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며 걸었을 것 같다.
솔거미술관으로 향하는 계단.
바로 올라가진 않고 근처에 조각공원이 있어 들렀다 가기로 했다.
(괜한 짓이었다. 너무 추웠어.)
멀리 보이는 조각공원!
내부 전시관에서는 공룡과 관련된 전시를 하는 것 같았는데 휴관이었다.
황량한 터에 위에 길쭉한 돌들이 세워져있다.
경주 주상절리를 가져온 것이라는데 추워서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
얼른 솔거 미술관으로 들어가 몸을 녹히기로 한다.
조각 공원 쪽에 나있는 계단을 올라 솔거 미술관으로 향했다.
쉴틈없이 오르니 숨이 가빠왔다.
날이 춥다보니 몸 속에서 올라오는 열이 반가웠다.
쓸쓸한 겨울 풍경.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에 햇살도 좋은데 무섭게 춥다.
바람이 몰아칠때면 살이 뜯기는 것만 같았다.
역시 겨울에는 집밖에 함부로 나서면 안된다.
미술관 옆 조그만 못은 꽝꽝 얼어있었다.
멀리 솔거 미술관 건물이 보였다.
소산 박대성 화백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공간은 매표소가 있는 본관 쪽에 있다.
별관에서는 '문화본일률전'이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신라시대 화가 '솔거'의 이름을 따서 솔거 미술관이라 불린다.
경주시에서 운영하는 공립 미술관인데 입장료가 1천원으로 참 저렴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미술관 건물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나다.
곳곳에 스며드는 빛과 틈새 유리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사색에 잠기게 한다.
따뜻한 실내에 들어왔어도 자연과 함께하는 기분이 들었다.
전시실로 들어오면 거대한 작품들이 날 반겨주었다.
일단 장대한 규모에 첫째로 놀란다.
그리고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구도 때문인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오랫만에 그림에 흠뻑 빠져들어 넋을 놓고 돌아다녔다.
여태 보아오던 전통적인 수묵화와는 느낌이 달랐다.
3차원적인 느낌이 드는 입체적인 그림들이었다.
계속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빨려들어갈 듯 압도적이었다.
먹을 머금은 붓의 꺼슬꺼슬한 질감이 좋았다.
전통적이면서도 모던한 묘한 매력의 그림들이었다.
먹을 활용한 무채색 그림 위에 얹힌 화려한 색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실 그 아무런 설명도 필요 없었다.
직관적으로 가슴 속에 감동이 내리꽂히는 그림들이었다.
글씨가 빼곡히 적힌 바탕 위에 그려진 도자기.
밋밋할 수도 있는 그림에 글자들이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림 속 촘촘한 글자들은 이미지로 다가온다.
화가는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는 자연의 모습들을 그림에 담았다.
왠지모르게 두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극적이고 신비롭다.
현실에 있으나 두 눈으로 볼 수는 없는 그런 장면들이다.
고목과 석탑,
그리고 시선을 잡아끄는 노오란 달.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고적한 절터에 온 듯한 평화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림의 규모가 엄청나서 압도된다.
그림들 하나하나 심심한 구석이 없다.
모든 그림들이 다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고 마음 속에 울림을 주었다.
박대성 화백은 한국전쟁 당시 어린 나이에 왼쪽팔을 잃었다.
그 어떤 정규교육도 받지 않은채 그만의 스타일로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 내었다.
그림을 항상 꿈꾸던 나에게 그의 삶은 용기를 준다.
언제든 늦지 않았으니 꿈을 꾸고 행동에 옮기자.
한쪽에는 책들이 잔뜩 모여있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이곳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어도 좋을 듯 싶었다.
다음 일정 때문에 잠시 스치듯 안녕해서 아쉬웠다.
별관에 다른 전시도 진행 중이나 특별히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박대성 화백의 도록을 사들고 경주 여행을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