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많이 내리는데
멀리 구례까지 왔으니
더 보고 가고 싶은 마음에 사성암에 들렀다.
꼬불꼬불 높은 산길을 따라 안개를 헤치며 나아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에도
오르막길을 한 15분 정도 걸었을라나?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곳 안에서
스님은 목탁을 치시며 염불을 외고 계셨다.
물안개가 진하게 껴서
모든 세상이 하늘에 붕 떠있는 듯 신비롭게 보였다.
절벽 위에 암자가 지어져있는데
전설 속에나 등장할법한 모습이었다.
이곳은 신라시대에 최초로 건립되었으며
오산(鼇山)위에 있어서 오산사라고 불리웠다.
역사가 참 깊은 곳이었다.
사성암이라는 명칭은 이곳에서 수도를 했던
신라 시대의 원효, 연기도선
그리고 고려 시대의 진각, 혜심
네 스님을 기리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내가 갔을 때는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라
아쉽게도 비계가 잔뜩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도 안개가 드리운 사찰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돌계단 위를 올라
소원바위와 청동부조를 보았다.
도선굴 안으로 들어가보려 했는데
비가 꽤 많이 내려서
우산을 쓰고 들어가기는 매우 어려웠다.
다음을 기약하며 포기하고
돌아서 다시 올라가보았다.
가득핀 벚꽃이 흐릿하게 보였다.
눈 앞에 있는데도 멀리있는 것처럼 보이는 풍경들.
날씨 좋을 때 다시 와보아야겠다.
꼭대기에 오르면
굽이진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고 했는데
이 날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온통 뿌옇게 하애서
저 밑에 뭐가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구름 위에 떠있는 기분이었다.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아래서 올려다보니 더욱 웅장했다.
커다란 세 기둥이 절벽과 나란히 서있다.
그 위로 약전사가 보이고 오른편으로 길이 나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약전사에는 다음에 가보기로 했다.
아마 여름 쯤에 구례를 다시 찾아오지 않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