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어느 날
칼같이 퇴근하고 구례로 곧장 떠났다.
저녁을 휴게소에서 대충 해결하고
굽이굽이 차로 컴컴한 산길을 올랐다.
산자락에 위치한 구례 어느 작은 집.
2박하면서 내내 머물렀던 곳이다.
에어비앤비를 시작한 후
우리가 첫 손님이라고 하시더라.
갓 우려낸 하동 녹차와 다과,
그리고 구례의 어느 청년이 만든
수제 와인 한병을 선물로 주셨다.
식탁 위에 놓인 화병에는 꽃이 한아름 -
황매라는 꽃이었다.
불을 가득 떼워주셔서
뜨끈뜨끈한 구들방에서 깊은 잠을 잤다.
목이 말라 새벽 5시 즈음인가 깼는데 이미 날은 조금 밝아 있었다.
검은 하늘도 아니고 하얀 하늘도 아니고 어렴풋이 짙은 파란색을 머금은 하늘.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새들은 잠도 없는지 벌써부터 지저귀고 있었다.
창을 열고 새벽공기를 쐬니 무척 상쾌했다.
일어날까 하다가 어제 너무 늦게 잠들었기에
더 자야겠다 싶어 다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수묵화 같은 산마을 풍경이 창 너머로 펼쳐져있었다.
아른아른 산능성이마다 피어있는 하얀 구름들.
스르륵 스르륵 구름들의 움직임이 눈에 보일만큼 빨리 움직였다.
귀여운 새들.
전선 위에 앉아서 산이 울리도록 지저귀며
조용한 마을을 깨우고 있었다.
창을 열고 가만히 귀를 열고 앉아 있었다.
새소리와 빗소리가 섞여 들려와 마음이 편안해졌다.
잔잔한 빗소리는 왜 이렇게 좋을까나?
아침맞이 티타임.
차가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어서 끌리는 하나를 집어들어 뜨거운 물에 우려냈다.
그리고 들고온 과자들과 함께 간단히 배를 채웠다.
마지막 떠나는 날은 날이 좋았다.
구름에 끼어있어 컴컴했던 마을에
이제 해가 들었다.
마당에 있는 꽃들을 보며 설렁설렁 산책했다.
떠나는 날 아침
섬진강변 근처 식당에 가서 소고기 국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주일이라서 영업을 안한다고 하시더군.
포기하고 돌아와 라면을 끓여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라면은 배신없는 한결같은 녀석이라 좋다.
언제나 맛있어!
전날 주인 아주머니께서 가져다주신 치즈케익을 꺼내었다.
갓 내린 일회용 드립 커피 그리고 차게 우려놓은 녹차를 꺼내서
우리들끼리 마지막 티타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