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를 떠나 하동으로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서 왔다.
대학생 때 동아리 여행으로 한 번 와보고
처음인 것 같다.
벌써 몇년이 흐른 것인지...
세월 참 빠르다.
최참판댁 가는 언덕길,
오른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가보면
마을의 보호수를 만나게 된다.
거대한 둘레를 보니 수령이 엄청날 것 같더라.
나무는 이 자리에 오래오래 서있었나보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갔겠지.
이곳은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에 나온
최참판댁과 평사리 마을의 모습을 구현해 놓은 곳이다.
실제로 토지 드라마를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 도서관에 가서 작가님의 책을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언제였던가 모 방송사에서 토지 드라마를 방영해줘서 재미나게 보았었다.
서희로 나왔던 김현주를 좋아하게 되었던 드라마였다.
하늘은 뿌옇게 황토가루를 뿌린 것마냥 흐렸다.
황사가 심했던 이 날,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놀러왔더라.
신록이 우거진 풍경은 보기만 해도 화사했지만 하늘이 누리끼리해서 아쉬웠다.
매년 드는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올해들어 유독 황사가 심한 것 같다.
대학생 시절 동아리 여름여행으로 이곳을 찾았을 때도 말린 옥수수들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지금도 같은 모습이라서 뭉클했다.
그 때의 나는 참 어렸었는데
그 때는 내가 엄청 큰 줄 알고 있었다.
지금도 그 시절이 너무나도 그리운데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얼마나 더 그리울지...
이곳은 서희가 머물렀던 안채와 별당이다.
최참판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었다.
잎파리가 길게 못 위로 늘어진 버들나무와 소담한 소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잔잔한 못에는 하늘도 담겨있고 나무들도 담겨있다.
주위로는 봄을 알리는 꽃들이 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마루에 앉아서 가만히 바람을 느껴보았다.
무더운 날이었는데 가만히 그늘 밑에 앉아있으니 시원했다.
여기서 맛난 수박 화채를 한가득 먹고 대자로 뻗어 자면 얼마나 좋을까!
눈 앞으로는 네모난 프레임 안에 아름다운 풍경이 담겨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아주머니들은 왁자지껄 수다를 떨고 계셨다.
앞으로 보이는 못과 나무들 이야기, 하동 이야기, 그리고 온갖 가정사들이 술술 나왔다.
가만히 혼자 풍경을 바라보는데 왠지 기분 좋은 소음이었다.
나이가 들면 책임질 것들이 많아진다.
그 무게에 짓눌려 여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아주머니들처럼 친구들과 이렇게 여행와서
별것없는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일 것 같다.
높은 마루에 올르니 평사리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황사 낀 뿌연 풍경이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다.
날 좋은 날 다시 와봐야겠다.
그리고 박경리 작가의 토지도 다시 읽어보아야지.
시간이 많이 지나서 가물가물하다.
재밌게 읽었었는데 지금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