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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Jul 22. 2018

배 위에서 바라보는 씨엠립 톤레삽 일몰

맹그로브 숲과 작별 인사를 하고 톤레삽 일몰을 보기 좋은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배에 올라 탔다. 멀리 호수 끝으로 해가 저물고 있었다.



점점 멀어지는 총크니어를 뒤로 하고 바다 같이 넓은 톤레삽의 어딘가로 향했다. 계속 배를 타고 멀리 가다보니 더 이상 보이는 것들이 없었다. 마치 망망대해 위에 떠있는 것 같았다. 멀리 시선을 두는 곳마다 수평선과 작은 배들만 아른거릴 뿐이었다.



누군가 나에게로 와서 캄보디아 여행 중 어느 한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면 똔레삽에서 일몰을 바라보던 때로 돌아가 보고 싶다. 천천히 붉게 물들어가던 하늘과 잔잔히 물결치던 넓은 호수. 우리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배 꼭대기 상판에 드러누워 있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의 공기가 우릴 감싸고 있었다. 세상은 아주 고요했고 내 마음은 평화로웠다.



해가 수평선 근처로 내려 앉아 하늘이 벌겋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태양은 잔잔한 호수 위로 반짝이는 주홍빛을 길게 토해냈다. 수면 위로 일렁이는 빛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 장면을 황홀하게 한참동안 바라 보았다.



드러누워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했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과 좋은 풍경이 함께하는 순간.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을 정도로 좋은 순간이었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니 순식간이었다. 어느 순간 해는 호수 속으로 풍덩 빠져 버렸다. 물감을 칠해 놓은 것 같은 묘한 빛깔의 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다. 시야를 가리는 건물들이 없으니 보이는 풍경이 시원했다. 노을은 흔할지라도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 보는 노을은 새로웠다.



사라질 순간이 아쉬워서 계속 셔터를 눌러댔다. 필름을 감고 셔터를 누르고 또 다시 필름을 감고 누르고. 그렇게 몇번을 반복 했을까? 동그란 해는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고 붉은 하늘과 잔잔한 호수만 남았다.



해가 지고난 뒤 주위는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배는 서둘러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방금 전까지 내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지나가버린 시간들이 꿈처럼 느껴졌다. 투어는 이제 모두 끝났다.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소중한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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