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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Sep 04. 2018

파리 퐁네프(Pont Neuf)

어느날 밤 보았던 퐁네프의 연인들을 쫓아

몽마르뜨에서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우리는 구글 지도에 퐁네프를 찍어두고 무작정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굳이 걸어갔는지 모르겠다.
거의 1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였는데 말이다.



골목골목 걸어가면 좋은 점은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어느 치즈가게를 지나치게 되었는데 온갖 종류의 치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반찬가게 같은 느낌이었다.
평소에 치즈를 좋아라해서 자주 사먹었다.
유럽 여행와서 좋은 점 하나는 질 좋은 치즈를 아주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종류도 훨씬 다양했고!



걷다 보니 멀리 빨간 풍차가 보였다.
저곳이 말로만 듣던 물랭 루즈(Moulin Rouge, 빨간 풍차)구나!
방금 전 갈레트 풍차를 보고 왔던지라 더 눈이 갔다.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새빨간 색이다.



물랭루즈는 19세기 말 개장한 카바레이다.  
프렌치 캉캉으로 유명세를 떨쳤고 한 때 스트립 쇼 공연이 이뤄지기도 했던 곳이다.
현재는 공연장으로 쓰이고 있는데 화려한 쇼를 보러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미리 예약하고 가야 볼 수 있다더라.
물랭루즈 영화를 보고 왔었더라면 좀 달랐을까?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던 곳이라 한번 쓱 보고 지나쳤다.



몽마르트에서 퐁네프까지 걷다보니 루브르 박물관도 보게 되었다.
인터넷으로만 봤던 피라미드 유리 조형물이 보였다.
쨍쨍한 햇살 아래 피라미드는 투명한 모습을 내비쳤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 서서 사진을 좀 찍다가 돌아섰다.


사실 루브르 박물관은 이번 파리 여행 일정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실제로 보면 상상 이상으로 조그맣다는 모나리자가 궁금하긴 했지만 루브르에 있는 작품들을 흥미있게 들여다볼만큼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아서이다.
멋도 모르고 갔다가 느끼는 것도 없이 힘만 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인상주의 작품들이 주류인 오르셰 미술관과 모네의 수련 작품이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에 가기로 정해두었다.



그래도 루브르 박물관이 어떤 곳이구나 잠깐이나마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유리 피라미드는 실제로 보니 훨씬 크고 아름다웠다.
옛스러운 상아빛 박물관 건물과 유리 피라미드의 모습이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어울러졌다.


유리 피라미드는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반대가 극심했다고 하나 지금은 루브르의 명물이 되었다.
피라미드하면 이집트가 먼저 떠오르는데 실제로 루브르에는 이집트에서 약탈해온 유물들이 많다고 들었다.
미적으로는 구와 신의 조화가 아름답지만 뭔가 아이러니한 느낌이다.



루브르 박물관을 지나고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센 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이 보이기 시작하자 우리는 마침내 왔구나 감격에 겨워했다.



센 강 변두리 가판대에서 상인들이 여러가지 잡동사니들을 팔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서울 인사동 느낌이 풍겼다.
빈티지한 포스터와 각종 엽서, 그림 등이 주류였다.



센 강을 마주치고 나서 처음 건너게 된 다리는 예술의 다리(Pont des Arts).
이 다리에 서야 퐁네프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퐁네프(Pont Neuf)는 새로운(Neuf) 다리(Pont)를 뜻한다.
이름과는 달리 퐁네프는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다.
본디 목조 다리였는데 제일 먼저 석조 다리로 재건되어 가장 오래된 다리가 되어버렸다.



언제였던가 불면증에 시달리던 날 밤 '퐁네프의 연인들(Les Amants du Pont Neuf)'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눈이 멀어가는 화가와 거리의 노숙인, 둘의 기괴한듯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
영화에서 흘러나오던 코다이 무반주 첼로 연주곡에 빠져 한동안 계속 들었다.
귀에 울려오는 강렬한 첼로 소리, 두 사람이 춤추는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퐁네프의 연인들(Les Amants du Pont Neuf)


사실 영화 촬영은 이곳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파리시에서 허가를 내주질 않아 감독은 퐁네프 세트장을 만들어 영화를 촬영했다.
아무렴 뭐 어떤가?  
어느날 밤 혼자 영화를 보며 지독한 사랑을 꿈꾸었던 과거의 추억을 마주할 수 있어 좋았다.



퐁네프를 지나서 노트르담 대성당 가는 길, 어느 카페 야외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많이 걸었던터라 휴식이 필요했다.
나는 따뜻한 카푸치노 한 잔, 동행 오빠는 맥주를 한 잔 시켰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카푸치노가 나왔다.
뜨거운 우유 거품이 몸 속으로 들어오니 피로가 녹아내려 좀 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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