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추억을 더듬는 여행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가는 길에 약국이 보여 살며시 들어가보았다.
파리 약국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게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다.
구경하다가 립밤 하나와 바디로션 하나를 구매했다.
여행 중 입이 자꾸 마르고 몸이 건조해져서 불편했던 참이었다.
아마도 유럽의 석회질 물로 한동안 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동행 오빠는 지인들 선물을 산다며 100유로를 넘게 썼다.
약국을 나와서 노트르담 대성당 쪽으로 다시 걸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센강 위에 떠있는 시테섬 위에 있다.
강을 끼고 걷는 와중 멀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이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위에 하얀 사각형 두 탑이 솟아있었다.
신나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성당 근처에서 어느 커플이 웨딩촬영을 하고 있었다.
엄청난 수의 비둘기들과 함께였다.
사진작가는 과자 부스러기를 뿌려 비둘기들을 모으고 다시 퍼트려서 사진찍기를 반복했다.
날이 좋아서 사진이 잘 나왔을 것 같더라.
몽마르트 사크레 쾨르 대성당에서도 웨딩촬영하는 부부를 보았는데 여기서 또 보게 되는구나.
다들 행복해보이고 사랑스러웠다.
드디어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 섰다.
노트르담(Notre Dame)은 성모마리아를 뜻한다.
프랑스에는 성모마리아에게 봉헌된 성당이 많아서 노트르담이란 이름을 가진 성당이 여럿이다.
원래 이곳에는 파리 최초의 기독교 교회가 있었다.
1160년 모리스 드 쉴리 주교가 이 교회를 허물고 노트르담 대성당을 착공했다.
무려 3세기에 걸친 공사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노트르담 성당은 프랑스 대혁명 때 심하게 훼손되어 없어질 위기에 처했었다.
다행스럽게도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Notre dame de Paris)'으로 시민들의 주목을 받아 복원될 수 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소설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유명하진 않았을 것이다.
소설은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와 집시 에스메릴다, 콰지모도의 보호자 주교 프롤로를 주요 인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꼬마적에 디즈니의 '노르트담의 꼽추'라는 애니메이션을 재미나게 봤었다.
그 때는 프롤로가 어찌나 무서웠는지 마음 졸이며 보았던 기억이 난다.
애니메이션은 해피엔딩이지만 원작 소설은 비극적으로 끝이 난다.
책과 애니메이션, 다 어릴적 어렴풋한 기억이다.
추억 속 성당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노틀담 성당 전망대에 올라가려면 긴 줄을 서서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도저히 기다릴 엄두가 안나는 긴 줄이었다.
난 파리에 머물다가 프랑스 남부를 찍고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그 때 들리기로 마음먹었다.
노틀담 대성당 내부는 둘러보지 않고 돌아섰다.
줄을 서기 싫었던 탓이다.
성당 안으로 가려면 전망대처럼 줄을 서야 했다.
그래, 나중에 이른 아침에 다시 찾아와야지 다짐했다.
우리는 에펠탑 쪽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번에는 무리하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에펠탑 근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