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에서 10호선 라인 지하철을 타고 에펠탑으로 왔다.
우리가 향한 곳은 에펠탑 앞 잔디밭이다.
이곳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잔디밭 이곳 저곳에 사람들이 모여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닥에 털썩 앉았다가 깜짝 놀랬다.
잔디밭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모여 있었다.
흙 속에 담배꽁초, 코르크 마개, 맥주 뚜껑 등등이 박혀있었다.
잔디밭 위에 뭘 깔아둘 것이 없어서 그냥 앉아버렸다.
이곳에 오려면 바닥에 깔 뭐라도 들고 와야할 것 같다.
나중에는 철푸덕 누워버렸는데 쓰레기가 없는 곳 위주로 잘 피해서 누웠다.
몽마르뜨 근처 제과점에서 샀던 마카롱을 꺼내보았다.
이쁘장하던 마카롱은 흉하게 찌그러져버렸다.
몽마르뜨에서 퐁뇌프까지 걸어오며 나도 모르게 내 몸짓이 마카롱을 부서버린 듯 싶었다.
아쉽지만 그래도 으깨진 마카롱을 꺼내서 조각조각 깨물었다.
에펠탑 잔디밭에 앉아있으면 상인들이 와서 여러가지를 판다.
시원한 맥주, 와인, 셀카봉, 에펠탑 열쇠고리 등 없는 것이 없다.
우리에게도 상인 한 명이 다가와서 시원한 맥주를 하나씩 샀다.
얼음통에서 꺼낸 맥주는 무척 시원했다.
작살난 마카롱들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셨다.
눈 앞에 에펠탑이 있으니 평범한 맥주와 마카롱도 맛있게 느껴졌다.
볕좋던 날, 푸른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그저 한없이 새파랄 뿐이었다.
가만히 누워 눈앞의 하늘과 에펠탑을 바라보았다.
누워있는 오른편에서 어떤 청년이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내리쬐는 볕은 따스하고 나에겐 아무 걱정도 없고
귓가에는 잔잔한 음색의 노래와 기타소리.
잠깐잠깐 일어나 마카롱 안주에 맥주를 마시다 눈 앞의 풍경을 바라보면 에펠탑이 빛나고 있었다.
갑자기 내가 마주한 모든 것들이 비현실적이게 느껴지던 순간.
왜 이렇게도 여행이 좋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저 내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워서일까?
내가 보고 겪는 모든 것들이 현실이 아니라서 그럴까?
여행을 하고 있는 시공간 속에 내가 존재하긴 하지만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를 살고있는 것 같았다.
오랜 시간동안 분명 여행을 했건만 지나고 보니 스쳐가는 빛처럼 순간일 뿐이다.
나의 현실은 한국에서의 반복되는 평범한 삶.
여행 중 떄로는 한국이 너무나도 사무치게 그립기도 하고
어느 순간은 영원히 이곳에서의 나였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항상 무언가를 생각해야했다.
내일은 무얼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 것인지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어떤 시험을 보려면 무슨 공부를 해야하나
여행을 오니 이런 번잡한 고뇌에서 벗어나
별 생각 없이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흘려보내는 시간마저도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동행 오빠와는 에펠탑 잔디밭에서 헤어지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둘 다 한인 민박집에서 머무르고 있었는데
민박집에서 저녁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각자 숙소로 가기로한 것이다.
이 먼 타지에서 한식은 포기할 수 없지!
저녁을 먹고난 뒤 다시 만나 바토무슈를 같이 타기로 했다.
이 날 나의 저녁 메뉴는 짜장밥 그리고 만두!
진짜 맛나게 먹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좀 쉬다가
다시 숙소 밖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