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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Oct 17. 2018

바토무슈에 올라 보는 파리 센강 야경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뒹굴거리다가 8시 20분 즈음 밖으로 나왔다.


바토무슈 선착장까지 설렁설렁 걸어가보기로 했다.


걸어가는 길 주위는 점점 어둑해졌고 도시의 불빛들은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냈다.



에펠탑 잔디밭을 넘어 센강 쪽으로 가야했다.


멀리 보이는 지평선에 붉그스름한 빛이 아직 남아있었다.


그 위로 에펠탑이 노랗게 반짝였다.



낮 보다 밤에 보는 에펠탑이 왠지 모르게 더 아름다웠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은 항상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울렁거림은 모두가 느끼는 종류의 감정일까?


어둡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기분은 밝고 따뜻했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에펠탑.


거대한 에펠탑의 불빛은 거리의 가로등 불빛들과 뒤섞여 더 아름답게 보였다.


낭만적인 풍경들에 자꾸만 눈길이 가서 멈춰서다 가다를 반복하다 보니 바토무슈 선착장까지 40분정도 걸렸다. 



나는 일부러 에펠탑 밑을 지나서 걸어왔다.


멀리서 볼 때는 한 손에 잡히는 조그만 조각상 같았다.


가까이 다가서니 한참을 우러러 봐야하는 높이의 철골이다.


노란 조명을 쏴서 그런지 에펠탑은 화려한 금빛으로 반짝였다.



짙게 깔려오는 어둠은 에펠탑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진한 금빛으로 검푸른 하늘을 물들이는 에펠탑.


파리 여행 중 에펠탑을 매일 보아서 질리다던 동행 오빠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아직 횟수가 부족한걸까? 볼 때마다 마음을 빼앗긴다.


계속 봐도 질리지가 않았다.



잔잔히 흐르는 센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뉘엿뉘엿 지는 태양의 붉은 기운이 아직 강가에 어른거렸다.


불 켜진 다리와 에펠탑이 겹쳐 보이던 순간,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사람들을 따라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평생 이 장면을 기억해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바토무슈 선착장에 도착해 동행 오빠를 만났다.


북적이는 선착장에서 9시 30분 배를 기다렸다.


배를 타기 전에 물을 사려고 했더니 하나에 무려 3유로였다.


물을 몇천원 주고 사먹다니! 미리 근처 마트에서 사올 걸 그랬다.



30분여 기다렸을까? 바토무슈에 올랐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았다. 뭔가 어색한 한국어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불어, 영어, 스페인어, 독어, 중국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어!


일본어가 없어서 신기했다. 어딜가나 있었는데...


온갖 색색의 불빛들이 아른아른 강가에 비치는 장면은 아직까지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낮에 보았던 풍경들이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파리의 낮과 밤을 다 보는구나. 



멀리 노틀담 성당이 보이기 시작했다.


낮에 보았던 것보다 더욱 성스러워 보였다.


바토무슈를 타니 낮에 보지 못헀던 성당 후면부까지 볼 수 있었다.


새카만 밤에 빛나는 성당,


성당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탄성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터져나왔다.



배가 U턴을 하고난 뒤 급격히 추워지기 시작했다.


이 때는 추워서 몸이 벌벌 떨렸다.


숙소에 같이 머물던 언니들이 옷을 단단히 챙겨입고 가라 충고해주어


경량 패딩을 챙겨와 야무지게 입었다.



짧고도 길었던 바토무슈.


배에서 내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에펠탑의 반짝이 쇼를 보게 되었다.


노란 에펠탑에 반짝반짝 별들이 수놓아진 것 같았다.


한동안 황홀하게 에펠탑을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총총총 숙소를 향해 걷는 걸음은 올 때보다 빨랐다.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대로가 아니어서 조금 으슥했다.


숙소에 돌아와서 광속으로 씻고 곧 바로 잠들었다.


뭔가 엄청나게 긴 하루였던 것만 같은 날.


다음 날은 혼자 지베르니에 간다.


약간은 두려운 마음을 품고


지베르니까지 어떻게 가야하는지 마음 속으로 한 번 더 대뇌이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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