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봉 활공장에서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근처 활공장에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셨다.
우리 가족은 민박집을 나와 차를 이끌고 활공장으로 향했다.
네비에 찍어도 길 표시가 안되는 곳이라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 길을 잘 기억해두고 따라 갔다.
점점 좁아지는 길과 가파른 경사
길 양옆으로 나무와 풀들이 우거져서 차는 이리저리 긁히고
자갈돌들이 깔린 길 위를 지날 때에는
자갈들이 팍팍 튀며 폭죽 터지는 소리를 냈다.
이곳에 갈 때는 승합차를 끌고가야 하나보다.
승용차를 끌고 갔더니 차에 기스들이 엄청나고 더러워졌다.
아부지가 많이 속상해하셔서
가족 모두가 이곳에 괜히 왔나 생각이 들 즈음
드디어 활공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너른 들판 같은 곳에 올라섰다.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왔다.
역시 풍경은 높은 곳에서 바라봐야 제맛이다.
웅장한 풍경 앞에 우리 모두 압도되었나보다.
놀라움에 탄성을 질렀다.
오는 길은 험했지만 오길 잘했다고 연신 이야기했다.
하얀 모래 위로 섬진강 물줄기가 흐르고
멀리 산 속으로 뻗어 나갔다.
그 옆으로는 노랗게 물든 논들이 펼쳐져 있었다.
정말 절경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서니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저 위를 날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름다운 가을 풍경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은 어떨까?
날은 너무나도 맑았고
뛰어내리면 사뿐히 땅까지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자그만 네모 모양의 논들은 모자이크를 해놓은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높은 곳에 서서
논의 노란 물결을 본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늘상 보던 단풍 외에도 내가 모르는 가을 풍경이 하나 더 있었구나.
활공장이라더니 뛰어내리는 발판이 옆에 있었다.
여기서 뛰어내리는구나!
막상 진짜로 뛴다고 생각하니 어마어마한 높이가 현실로 다가왔다.
근처 흙더미 위에도 발을 딛기가 두려워 멀찍이 바라봤다.
아주머니 말로는 이곳에 서면 노고단부터 시작해서
멀리 금오산까지 보인다고 하셨는데 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더라.
지도를 보며 조금 찾아보다가
에잇, 그냥 좋으면 그뿐이지 그러고 지도를 치워버렸다.
아름다운 풍경을 열심히 눈에 담고 카메라에도 담는다.
반대편으로 눈을 돌리니 우리가 지나온 길이 보였다.
깊은 산 속 울창한 숲 속에 나있는 저 좁고 굽이진 길을 넘어 왔다.
아득히 멀어보이는 저곳에 우리가 있었다는게 믿기질 않았다.
눈에 담고 또 담아도 여전히 놀랍고 아름답고 황홀하던 그런 풍경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세상에 감사하고 내 삶에도 감사하고
소중한 우리 가족에게도 감사했다.
앞으로 더 많은 곳들을 다니며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