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동 남해 여행
가을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하동, 남해로 여행을 떠났다.
늦은 오후 온가족이 동대구역에 모여 자동차를 타고 출발했다.
어둑해지는 하늘을 보며 하동에 잡아둔 숙소로 향했다.
동대구역에서 대략 3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캄캄한 밤에 도착한 숙소.
하늘을 올려다보니 세상 천지 별들이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요근래 이렇게 많은 별들은 처음 보았다.
눈을 힘껏 뜨고 가만히 밤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으니
점점 더 많은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삼각대를 안가져와서 카메라로 별들을 담아내지 못했다.
핸드폰으로 장노출 주고 찍으니 조금은 별이 담겼다.
실제로 보는 것보다 훨씬 못하지만
사진으로 담아두니 별들이 우수수 흩뿌려져있던 그날 밤이 생각나서 좋다.
이른 아침에 눈을 떠서 대충 챙겨입고 구들방 밖으로 나갔다.
살결에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 때문에 으슬으슬 살짝 추웠다.
데크에 올라서니 어젯밤 보지 못했던 산자락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일어난 김에 흙길 따라 짧은 산책에 나섰다.
새파란 하늘과 산능성이, 초록 숲, 온갖 꽃들을 보았다.
맑은 새 소리와 근처 계곡 물흐르는 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평화롭고 상쾌한 아침이다.
숙소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설 때
좌우로 우거진 나무 사이를 지나게 되었다.
마치 그 통로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길 같았다.
동생은 토토로의 숲에 들어가는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산책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서 차를 우려냈다.
우리방 안에 주인장께서 직접 만드신 발효차가 한 통 있었다.
가지런히 놓인 다기를 꺼내 차를 덜어냈다.
뜨거운 물을 들이붓고 몇 분 기다린 뒤,
텀블러에 우려낸 주홍빛 차를 담아 다시 밖으로 나왔다.
차를 마셔보니 약간 홍차 느낌이 났다.
나중에 주인장께 홍차 비슷한 것이냐고 여쭤보니
여기서는 기후 조건 때문에 홍차처럼 완전 발효하진 못하고
내어주신 차는 반발효한 것이라 하셨다.
데크에 놓인 철제 의자에 앉아 산과 하늘을 바라보며
새소리 듣고 그림 그리고 글쓰고 차 마시고
신선놀음이 따로 없더라.
시간이 흐르고 태양은 하늘 위로 떠올랐다.
그늘졌던 곳에 햇살이 스며들었다.
담장 한 켠에 백일홍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고운 백일홍을 구경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께서 부엌에 들어오라며 손짓하셨다.
조심스레 들어간 부엌,
뜨끈하게 데워 놓으셔서 방안에 온기가 가득했다.
아주머니께서 단호박을 쪄주시고 튼실한 배도 깎아 주셨다.
오븐에 구워낸 빵과 드립 커피까지!
오래된 오디오에서는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우리 가족들과 아주머니는 같이 아침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장소를 옮겨 아주머니의 찻방에도 들러
따뜻한 차를 연거푸 마셨다.
이제 떠나야할 시간,
다음을 기약하며 아주머니와 작별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햇살 가득 들이치는 우리가 머물렀던 방과
그 앞의 산자락을 한 번 더 눈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