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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Oct 26. 2018

가을, 하동 최참판댁과 박경리 문학관

가족들과 함께 찾은 최참판댁


주말에 왔을 때는 사람들로 미어 터졌었는데


평일에 오니 같은 곳이 맞은가 싶을 정도로 한적했다.



저번에 왔을 때는 황사가 심해서 하늘이 뿌옇게 보였는데


이 날은 내가 늘 상상하고 바라던


청명한 가을 날씨 그대로였다.



최참판댁 들어가는 입구에 여러 식당들이 즐비했다.


어디든 비슷할 것 같아서 가까운 식당에 들어갔다.


파전과 제첩국, 도토리묵, 산채비빔밥을 시켰다.


모두들 배가 고팠는지 남김 없이 싹싹 먹었다.



밖으로 나오니 주렁주렁 열린 감들이 보였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주홍빛 감들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왠지 앞으로 가을하면 떠오를 풍경일 것 같았다.



최참판댁 가는 길


이곳은 소설 토지에 나왔던 평사리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일종의 테마파크다.


토지를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익숙할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이 적힌 팻말이 곳곳에 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들이 반가웠다.



곳곳에 피어난 가을 꽃들과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노란 논들까지!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는 계절을 느끼며 사는 것이 왜 이리도 어려웠던 것인지.


좋은 날씨와 풍경에 행복했다.



최참판댁은 고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오르막 길을 올라야한다.


높이 오르니 황금빛 논이 펼쳐졌다.


그 가운데 멀리 보이는 소나무 두 그루.


이 소나무들은 부부송이라 불린다고 들었다.



최참판댁에 도착!


제일 먼저 사랑채를 보고 그 다음 안채, 별당 순으로 돌아보았다.



내가 최참판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작은 연못과 버들나무, 소나무가 모여 있는 별당이다.


소설 토지 속 서희가 살던 곳을 재현해 놓은 곳인데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학생 때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읽게된 토지.


등장인물이 어찌나 많은지


그리고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


읽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었다.


소설 속 공간이 현실화되어 이렇게 내 앞에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학생 때 토지를 책으로 읽고난 후였는지 전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언제였던가?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토지도 열심히 봤었다.


그 때 서희로 나왔던 김현주라는 배우를 참 좋아했었다.


어언 십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토지 속 이아기들이 가물가물하다.


다시 책을 읽어봐야겠다.



최참판댁을 나와 들린 박경리 문학관.


작가님 동상이 문학관 앞에 서있었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토지를 집필하신 작가님.


작품을 떠나서 그 열정만으로도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단 한 페이지를 채워나가는 것도 내게는 버거운데...


창작의 고통과 희열,


마침내 끝을 맺었을 때 어떤 기분이셨을지 궁금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어서 무척 조용했던 공간.


왠지 모르게 교회나 절에 온 것 마냥 경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소설 속 세상은 가상이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 인간이 어떠한 존재인지


내가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소설을 통해서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책 읽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문학관을 나와서 언덕 길을 내려갔다.


코스모스가 한창이니 가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들꽃들이 참 좋다.



하늘은 맑은데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차에 올라 바로 옆에 있는 동정호에 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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