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함께 찾은 최참판댁
주말에 왔을 때는 사람들로 미어 터졌었는데
평일에 오니 같은 곳이 맞은가 싶을 정도로 한적했다.
저번에 왔을 때는 황사가 심해서 하늘이 뿌옇게 보였는데
이 날은 내가 늘 상상하고 바라던
청명한 가을 날씨 그대로였다.
최참판댁 들어가는 입구에 여러 식당들이 즐비했다.
어디든 비슷할 것 같아서 가까운 식당에 들어갔다.
파전과 제첩국, 도토리묵, 산채비빔밥을 시켰다.
모두들 배가 고팠는지 남김 없이 싹싹 먹었다.
밖으로 나오니 주렁주렁 열린 감들이 보였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주홍빛 감들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왠지 앞으로 가을하면 떠오를 풍경일 것 같았다.
최참판댁 가는 길
이곳은 소설 토지에 나왔던 평사리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일종의 테마파크다.
토지를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익숙할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이 적힌 팻말이 곳곳에 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들이 반가웠다.
곳곳에 피어난 가을 꽃들과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노란 논들까지!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는 계절을 느끼며 사는 것이 왜 이리도 어려웠던 것인지.
좋은 날씨와 풍경에 행복했다.
최참판댁은 고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오르막 길을 올라야한다.
높이 오르니 황금빛 논이 펼쳐졌다.
그 가운데 멀리 보이는 소나무 두 그루.
이 소나무들은 부부송이라 불린다고 들었다.
최참판댁에 도착!
제일 먼저 사랑채를 보고 그 다음 안채, 별당 순으로 돌아보았다.
내가 최참판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작은 연못과 버들나무, 소나무가 모여 있는 별당이다.
소설 토지 속 서희가 살던 곳을 재현해 놓은 곳인데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학생 때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읽게된 토지.
등장인물이 어찌나 많은지
그리고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
읽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었다.
소설 속 공간이 현실화되어 이렇게 내 앞에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학생 때 토지를 책으로 읽고난 후였는지 전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언제였던가?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토지도 열심히 봤었다.
그 때 서희로 나왔던 김현주라는 배우를 참 좋아했었다.
어언 십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토지 속 이아기들이 가물가물하다.
다시 책을 읽어봐야겠다.
최참판댁을 나와 들린 박경리 문학관.
작가님 동상이 문학관 앞에 서있었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토지를 집필하신 작가님.
작품을 떠나서 그 열정만으로도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단 한 페이지를 채워나가는 것도 내게는 버거운데...
창작의 고통과 희열,
마침내 끝을 맺었을 때 어떤 기분이셨을지 궁금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어서 무척 조용했던 공간.
왠지 모르게 교회나 절에 온 것 마냥 경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소설 속 세상은 가상이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 인간이 어떠한 존재인지
내가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소설을 통해서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책 읽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문학관을 나와서 언덕 길을 내려갔다.
코스모스가 한창이니 가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들꽃들이 참 좋다.
하늘은 맑은데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차에 올라 바로 옆에 있는 동정호에 들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