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이 차올라 눈 비비고 밖으로 나갔다.
이른 새벽 공기는 폐부를 찌르는 듯 무지 차가웠다.
거센 바람 소리가 귓가에 웅웅거렸다.
눈 앞에 보이는 바다는 고요하기 그지 없다.
너무 고요하고 평화로워서 저 안으로 뛰어들면
포근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크고 작은 섬들은 새카맣게 실루엣만 비쳤다.
그 뒤로는 구름이 수평선 부근에 짙게 깔려 있었다.
구름 뒤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 모양이다.
구름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붉게 붉게 타올랐다.
파노라마로 남해 바다 풍경을 한컷에 담아 보았다.
서쪽 하늘은 푸르딩딩하고
동쪽 하늘은 태양빛을 한껏 머금어 주홍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곧 해가 떠오를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일출은 언제봐도 좋다.
사람 마음을 요동쳐 놓는다.
드디어 해가 구름 위로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늘과 바다는 함께 타오르기 시작하며 내게 황홀한 풍경을 선사했다.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는 시간은 한참이었는데
막상 해가 보이기 시작하니 금방 떠버렸다.
어느새 구름을 벗어던지고 높이 솟아올랐다.
바다에 쏟아지는 햇살들이 반짝반짝
잘게 조각낸 보석을 뿌려놓은 것 같았다.
한참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아도 가슴 벅차오르는 풍경이었다.
멀리 떠났던 어선은 하나 둘 씩 항구로 돌아오고 있었다.
매일같이 떠오르고 지는 해를 보는 이에게도
이런 풍경들이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다가올까?
한참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다가
방 안으로 들어와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 누워 다시 잠들었다.
여행만 오면 이리 일찍 눈이 떠진다.
매일매일이 기대, 희망으로 충만하다면
밤을 새우더라도 행복할텐데.
펜션 아주머니께서 아침 식사를 준비해주셨다.
방금 만든 치즈와 야채로 속이 꽉찬 따끈한 크라페
그리고 갓 내린 커피.
커피 향기가 온 방을 울려 가족들이 모두 잠에서 깼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아침식사를하니
몇배로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침 식사 후 펜션 한바퀴를 돌며 걸었다.
마당 정원에는 허브들이 가득해서 향기로웠다.
이제 떠날 시간,
펜션 방 안으로 들어가 간단히 짐을 챙겨들고 나와
우리 가족 모두 보리암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