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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Mar 10. 2019

지중해와 니스 전망대

샤갈 미술관을 나와 바다를 향해 걸었다. 니스에 왔으니 지중해을 봐야겠다 싶었다. 이곳이 확실히 남쪽이긴 한가보다. 여태 보던 유럽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같은 프랑스인데도 파리와 니스는 다른 나라인 듯 느껴질 정도였다.



푸르른 바다를 보니 속이 뻥 뚫리는 듯 시원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중해를 즐기고 있었다. 나도 저 푸른 물 속으로 빠져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수영복이며 갈아입을 옷이나 신발도 없었고 수영 후 뒤처리가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해변가를 설렁설렁 거닐었다.



푸른 하늘과 더 푸른 바다, 절로 신이났다. 길쭉한 해변은 끝도 없이 뻗어있었다. 바다 위로 하얀 물보라 일며 파도가 철썩였다.



니스 해변의 상징인 파란 의자도 보았다. 나는 걷던 방향을 틀어서 전망대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배가 고파져서 콜라를 하나 사 마셨다. 이제는 짜릿한 탄산이 익숙해졌다. 한국에서는 영 먹지 않던 콜라를 여기서는 물처럼 사먹게 되어서다. 왜그런지 몰라도 갈증이 나면 물보다 콜라가 더 땡겼다.



되돌아 가는 길 멀리 성벽 같은 곳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왠지 느낌적으로 저 계단을 오르면 니스 전망대가 나올 것 같았다. 나는 열심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호기롭게 오르기를 시작했는데 만만치 않은 높이였다.



옛스러운 돌계단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오르는 중간중간 멈춰서서 니스를 내려다보았다. 끝에 다다랐을 때 풍경이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나는 쉬었다가 다시 올랐다가를 반복하며 계속 위로 향했다. 너무 더워서 입고있던 원피스를 벗어 던지고 속에 입고 있던 나시티와 반바지를 입고 다녔다. 어찌나 시원하던지! 니스는 아침 저녁으로만 조금 쌀쌀할 뿐 여름이나 다름 없이 더웠다.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 위에서 내려다 보니 니스는 더욱 아름다웠다. 지중해는 눈부신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다. 색이 어찌나 고왔는지 모른다. 빠져들고 싶은 푸른 빛이었다. 이래서 고생하며 기어코 위로 올라오는구나 싶더라. 어디를 가든 높은 지대에 서서 바라본 풍경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해변가 옆으로 노란 벽과 주홍색 지붕의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었다. 이 따스한 빛깔 때문에 니스 바다도 따뜻하게 느껴졌나보다. 니스에서 한 달 정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아무 걱정도 없이 좋은 풍경들을 보며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볕 쬐고 바다 보고 수영도 하고...그렇게 살다보면 내 평범한 일상들이 또 그리워지려나?



한참을 전망대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볕이 좋고 바람도 좋은데 근사한 풍경도 눈 앞에 있으니 행복했다. 그러다가 내 옆쪽에서 열심히 셀카를 찍고있던 여자를 한 명 보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한국인인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사진 찍어드릴까요?'라는 말이 나왔다. 그 여자는 나에게 '한국인이세요?'라고 되물었고 우리는 말문이 트였다.

우연찮게 만난 언니는 니스에 머무는 3일동안 같이 다니게 되었다. 타지에서 만난 한국인은 금새 친해진다. 여행은 이런 재미인가?



니스에는 요트가 정말 많았다. 이 사실을 전망대에 오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여기서 요트를 한 번 타봤어야 하는데 기회가 없었다. 니스에 하루라도 더 머물렀다면 노을 지는 시간에 맞춰 요트를 타봤을 것이다. 다음에 니스에 다시 오게 된다면 요트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여러가지 체험 활동을 해봐야겠다.



니스 바다를 배경으로 웨딩 촬영 중이던 커플을 보았다. 그들의 행복과 두근거림이 나에게 전해져 왔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더라. 행복해 보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알지도 못하는 커플에게 마음 속으로 축복을 전하면서 신혼여행으로 니스에 와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이제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가리발디 광장 표지판을 따라서 올라왔던 계단이 아닌 다른 길로 내려갔다. 그러다가 큰 폭포를 하나 발견했다. 왠지 인공폭포 같았는디 물이 떨어지며 산발적으로 물방울들이 튀었다. 무척 시원했다. 우리 둘 다 몽땅 젖어버렸지만 왠지 모르게 신나서 웃음이 터졌다.



가는 길 요상한 나무들이 잔뜩 심어진 골목으로 들어섰다가 공동묘지에 가게 되었다. 공동묘지가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었다. 십자가와 예수상 그리고 알 수 없는 조각상들. 음산한 기분이 아니라 주변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서 따뜻한 분위기였다. 묘지 위로는 흑백사진부터 시작해 컬러사진까지 여러 세대가 엮여 있었다. 죽음 뒤에 삶이 있고 또 다시 죽음이 오고 또 다시 삶으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인간사를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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