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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Mar 14. 2019

니스 해지는 풍경과 가리발디 광장에서의 저녁식사


이날 우연히 니스 전망대에서 만나 동행하게 된 언니와 함께 니스 바다를 걸었다. 하늘은 곧 해가 질듯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바다 멀리 오밀조밀 모여있는 집들이 보였다.



푸른 지중해가 보이는 저런 집에서 하룻밤 머물러보고 싶었다. 숙박비가 어마어마할 것 같지만 그래도 투자할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다음에 니스에 오게된다면 이곳에 더 오래 머무르고 바다가 보이는 방을 예약해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유럽 여행을 돌이켜보면 파리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니스는 계속 떠오르고 그리웠다. 우리는 니스 바다를 옆에 끼고 천천히 걸었다.



저무는 해를 커다란 구름들이 가리고 있었다. 그 구름들 사이사이로 햇살이 내리치며 바다 위로 반짝이는데 장관이었다. 우리는 탄성을 지르며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해는 이제 거의 다 저물었은지 수평선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려고 가리발디 광장 근처 식당이 몰려있는 쪽으로 걸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레 공연을 보게 되었다.



생소한 발레를 여기서 보게될 줄은 몰랐다. 무대 위에서 우아한 몸짓으로 여러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뒤로 켜켜히 쌓인 구름과 노을 깔린 하늘이 보였다.



낭만적인 노을 풍경. 붉게 물든 니스 바다와 하늘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발레 공연이 끝난 뒤 바다와는 안녕하고 넓은 가리발디 광장을 걸었다. 가운데에는 하얀 조각상과 분수대가 있었다. 그리고 빨간 건물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다.



언니와 나는 따로 맛집을 알아보진 않았기에 발길 닿는 곳에 들어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니스 시내를 구경하며 저녁먹을만한 식당을 물색했다. 그러다가 어떤 메뉴판을 하나 보게 되었다. 전식 - 본식 - 후식 다 합해서 15유로! 오, 왠지 괜찮을 것 같아서 안으로 쓱 들어갔다. 야외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는데 우린 추워서 안으로 들어갔다.



전식으로 나온 샐러드와 홍합요리! 홍합 요리가 특히 맛있었다. 남은 소스까지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 먹었다. 고소한 버터와 올리브유, 화이트 와인, 마늘이 들어간 것 같았다. 여기서 정말 맛있게 먹고 홍합에 꽂혀 이후 계속해서 홍합에 도전봤으나 이 정도 맛은 어디에도 없었다.



본식으로 소와 생선요리가 나왔다. 소고기 스테이크는 좀 질겨서 먹기 힘들었다. 생선 요리는 그나마 먹을만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알러지가 돋아올라 재채기가 나오고 코와 눈이 간지러워져서 아무래도 음식 때문인가 싶어 포크를 놔버렸다. 후식으로는 사과파이랑 브라우니가 나왔는데 맛있었다. 같이 나온 고소한 생크림이 찰떡궁합이었다.



배부르게 먹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 앉았다. 이제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돌아가는 길 보이던 가리발디 광장은 번쩍번쩍 했다. 하얀 동상은 조명을 받아 낮보다 더 빛났다. 곳곳에 밝혀진 조명들은 니스의 이국적인 건물들을 비췄다. 이곳은 밤이어도 밝았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혼자였다면 컴컴해진 밤에 돌아다니긴 힘들었을 것이다. 동행 언니 덕분에 밤 풍경도 구경할 수 있었다.



걷다보니 불 켜진 노트르담 성당을 보게 되었다. 여러가지 색깔로 빛나던 성당, 조명 색깔이 각기 달라서 그런 걸까? 화려한 색깔이 독특해서 그런가 여태까지 봐왔던 성당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우리는 노트르담 성당을 기점으로 헤어졌다.



호텔로 혼자 돌아가는 길, 멀지 않던 거리라서 금방 호텔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었나보다. 구글 지도를 보니 영 다른 곳으로 가고 있더라. 컴컴하고 사람도 별로 없고 무서워서 혼났다. 특히 술취한 사람들의 눈빛이 두려웠다. 최대한 빠른 발걸음으로 호텔을 찾아갔다. 호텔에 도착하니 긴장했던 맘이 확 풀렸다. 그리고 갑작스레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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