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원둔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매화 축제장까지 걸어갔다. 대략 20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축제장 근처에도 주차장이 있지만 그냥 세우고 걸어들어가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매화 주차장 근처에 이르니 이른 아침인데도 차가 도로 위에 멈춰 서 있어 몇시간 뒤에나 주차가 가능할 듯 싶었다.
멀리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 그리고 하얀 매화 군락
섬진강과 하얀 매화
신원둔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 섬진강 따라 쭉 걸었다.
가는 길 보이는 풍경들이 아름다워 지루할 틈 없었다.
푸른 강물 위로 군데군데 모래사장이 있더라.
연한 살구빛을 띄는 모래
만져볼 수는 없었지만 눈으로 보기에 무척 고와 보였다.
마을의 조그만 버스 정류장
21번째 광양 매화 축제
큼지막한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축제장에 거의 다 도착했나보다. 차도 위로는 자동차가 줄줄이 서있고 축제장은 사람들로 북적여서 발 비빌 팀이 없었다. 새벽부터 서둘러왔건만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더라.
매화 아이스크림!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매화향이 났다
매화 아이스크림 하나 사들고 청매실 농원 언덕배기를 올르기 시작했다. 오르막이지만 잘 닦여진 길들이어서 걷기에 편했다.
숨이 가파오지만 고지를 향해 계속 올랐다. 오르면 오를수록 더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기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농원은 동화 속 세상 같았다. 믿기지 않는 황홀한 풍경이다.
언덕 위로 하얀 눈이 소복히 내려 앉은 것처럼 보였다 새하얀 세상 한 켠에는 홍매가 활짝 피었다. 은은한 빛깔들이 한데 모여 두 눈에 박힌다. 한 점의 수묵화를 보는 듯 했다.
수북하게 핀 매화 나무 사이사이로 조그만 길들이 나있다. 길 따라 걷고있는 사람들이 조그맣게 보였다. 저 길들을 내가 걸어왔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행복해진다.
물 마른 작은 골짜기 그 위로도 매화가 가득이다.
농원 깊숙히 들어가본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다. 그 아래 하얀 매화가 구름같이 떠있다.
봄이 되어 땅을 비집고 나온 연두빛 잎파리들과 나무 위로 복스럽게 피어난 하얀 매화들 그리고 티없이 맑은 파아란 하늘 이 선명한 세가지 색이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청매실 농원 입구에서 왼쪽편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꼭대기까지 오른 뒤 오른쪽으로 되돌아 나왔다. 방금전까지 저 하얀 매화 속에 파묻혀 있었는데 아득히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봄을 알리는 노오란 산수유 꽃은 하얀 매화를 벗삼아 돌담 옆에 피어있었다.
길을 걷다 보니 어디서 코를 찌르는 향기가 풍겨왔다. 살펴보니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천리향이 한가득 피어있었다.
그리고 천리향 옆에 붉은 담요를 두르고 있던 소녀상
오른쪽으로 되돌아 나오는 길에 드디어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을 두 눈으로 보게 되었다. 푸른 섬진강이 농원을 감싸고 멀리 정자가 서있고 그 주위로는 하얀 매화 고운 하얀 가루를 솔솔 뿌려놓은 것 같았다.
엄청난 인파와 주차난 때문에 힘들고 지쳐도 기어코 광양을 찾는 이유는 이 모습을 보기 위해서일까? 눈 녹듯이 모든 고생이 사라졌다.
내려오는 길에 작은 연못을 하나 보았다. 연못 주위로 매화가 가득 피었다. 하늘이 담겨있어 못은 파란색 물감을 타놓은 것처럼 푸르렀다.
못 뒤로 끝없는 매화밭이 보였다. 고요한 못 위로는 하늘도 담겨있고 매화 나무도 담겨있다.
물 위에 잔잔히 떠있는 연잎들 동글동글한 모양이 귀엽다. 꽃잎이 떨어져 못 위를 하얗게 수놓고 있었다.
못을 넘어서 못 뒤로 펼쳐진 매화밭을 구경했다. 하얀 물결이 넘실거린다. 정말 장관이다.
멀리서 정자를 바라보니 그 안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도대체 저 정자에 사람이 왜그리도 많은 것인지 의아했다. 정자에 서보니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겠더라. 정자에서 농원 풍경을 바라보니 입이 쩍 벌어졌다.
너무 아름다웠다. 정말 너무 아름다워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넘실대는 파도처럼 농원 위로 하얀 물결이 일었다.
이 순간이 행여라도 잊혀질까 눈으로도 한없이 담고 사진으로도 한없이 담았다. 광양 아무래도 오길 정말 잘했다 싶었다. 내년, 내후년, 그 이후라도 광양은 왠지 꼭 다시 찾아올 것 같다.
매화 물결을 뒤로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가는 길 매화빵을 사서 먹었다. 빵안에 매실이 조각조각 씹히고 은은한 매화향이 나서 참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매실 막걸리도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