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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Jun 11. 2019

청명한 여름 청송 주왕산에 가다

대전사, 주왕굴을 지나 용추 협곡과 폭포까지

작년에도 6월 초에 주왕산을 찾았었다.
그 때는 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리는 완연한 여름 날씨였는데...
이 날은 어째선지 덥긴 더웠어도 바람이 선선해서 산행하기 좋았다.

주왕산 국립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서 대전사 앞에서 표를 끊고 들어갔다.
주차료는 5천원 입장료는 어른기준 인당 3천 5백원이다.



작년에 이곳에 왔을 때 너무 좋았어서 가을에 다시 와야지 마음 먹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러질 못했고 또 다시 6월 초 여름에 오게 되었다.
작년에 보았던 모습 그대로여서 데자뷰 같이 느껴지던 풍경, 그런데 다시 봐도 여전히 멋있었다.

절 뒤로 보이는 기암괴석과 탑, 푸르른 나무들까지 모두 한 눈에 보이는 풍경이 절경이다.



대전사에는 작년에도 그랬듯이 진분홍 꽃들이 가득 피어나있었다.
꽃 이름이 뭔지 모르겠지만 흐드러지게 모여 피어난 모습이 아름다웠다.
진분홍 꽃들 옆에는 큼지막한 꽃송이를 가진 작약들이 있었다.
이미 꽃이 활짝 핀지 한참 되어서 끝물이었지만 그래도 보기 좋았다.



대전사와 줄줄이 늘어진 식당들을 지나서 등산로 쪽으로 넘어가면 두 갈래 길에서 멈춰서게 된다.
한쪽 길은 주봉 오르는 길이고다른 길은 주왕암과 용추 폭포 가는 길이다.



저번에 왔을 때는 '주봉 마루길'이라는 나무표지판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안가봤던 길이라 도전정신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는데 오르막길의 연속이라 좀 힘들었다.
사실 이정도야 힘든 것도 아니지만 용추 폭포 가는 길이 워낙 쉬웠던터라 비교해보니 어렵게 느껴졌다.
그냥 산책삼아 걷고 싶어 주왕산에 온 것이라서 주봉 오르기는 포기하고 용추 폭포로 가는 등산로를 따라 걸었다.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면 멋있는 기암괴석들이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주봉 가는 길보다 용추 폭포 가는 길이 풍경은 더 멋있는 것 같다.
병풍처럼 암석들이 산을 두르고 있다.



푸르른 숲길이 나와서 그늘 아래에서 시원하게 걸었다.
가는 길에 만난 다람쥐 한 마리! 다람쥐는 어딜 그리 바삐 가는 것인지 이리저리 뛰느라 정신 없었다.
귀여운 다람쥐를 쫓느라 눈동자가 요리조리 움직였다.
토실토실한 몸통에 복실한 꼬리,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싶은 엄청난 귀여움이다.



가다보면 또 다시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한쪽은 주왕암과 주왕굴로 가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곧장 용추폭포 쪽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저번에 왔을 때 처럼 주왕굴에 들렀다 폭포에 가기로 했다.
작년에 주왕굴에서 소원도 빌고 꾸깃한 돈도 얼마 넣어두고 왔었는데 그 때 생각이 나서 괜히 들러보고 싶었다.



멀리 주왕암이 보인다.
가는 길이 그늘져서 좋았다.
주왕암 내부는 따로 둘러보지 않았고 곧장 주왕굴로 향했다.



주왕굴로 가는 길 철골로 된 오르막 계단을 꽤 오른다.
낙석 구간인지 네트로 천장이 막혀있는 터널 같은 곳을 지나서 높다란 계단을 다 오르면 주왕굴이 나타난다.

막상 도착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진짜 조그만 굴이기 때문이다.
굴 안에 향을 피워서 절을 올릴 수 있게 만들어놨다.



주왕굴 옆으로는 가파른 절벽, 그리고 그 절벽을 따라서 쫄쫄쫄 물이 떨어진다.
여기 들어오기 전 '빙하주의'라는 안내판을 보았다.
왠 빙하?
겨울에 떨어지는 물줄기가 얼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더라.

고개를 들어 올리니 절벽 끝으로 보이는 하늘이 푸르기 그지 없었다.
저 위로는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왕굴과 주왕암을 지나서 용추 폭포로 가는 길을 걷다 보면 길 왼편으로 나있는 나무로 만든 오르막 계단 하나가 보인다.
그 계단 위를 올라서면 이렇게 기가막힌 풍경을 볼 수 있다.
작년에도 여기 올라서서 눈앞에 펼쳐진 병풍같은 기암괴석들을 보고 감탄했었지.



이번에는 파노라마로 넓게 풍경을 담아 보았다.
이날 따라 날이 참 맑았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초록 이파리들을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시원했다.
여기서 오는 길 사온 칡즙을 한 컵씩 마시고 가방에 넣어온 떡도 몇알 주워 먹었다.
뱃속에 뭐가 들어가니 눈이 번쩍 뜨이면서 힘이 솟아났다.



다시 용추 폭포 쪽으로 가는 길,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골짜기를 만났다.
저번에도 여기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다가 갔었다.
뜨겁게 데워진 공기가 위로 솟아오르고 밀도차에 의해서 바람이 분다고 한다.



골짜기를 지나고 드디어서 학소대(鶴巢臺)에 도착했다.
높이 우뚝 솟아있는 봉우리 위에는 푸른 잎들이 머리카락처럼 돋아났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내가 매번 찾아왔던 여름이 아닌 가을, 겨울, 봄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저 봉우리가 붉게 물들어 있다거나 하얀 눈이 쌓여있다면 그 또한 기가막힐 것 같다.
주왕산의 사계가 무지 궁금하다.
올해는 기필코 가을에 와보리라.



학소대를 지나면 곧 용추 협곡이 나온다.
주왕산을 떠올리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이 협곡이다.
진짜 멋있다.
영화 아바타나 외계 행성이 떠오르는 우리 세상이 아닌 것 같은 풍경이다.
여기서 요정 한 마리가 톡 튀어나와도 놀랍지 않을 듯 싶다.



이렇게 멋진 풍광을 별 힘들이지 않고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예전에 월악산을 오르면서도 기가막힌 풍경을 보았는데 그만큼 엄청나게 고생했었다.
정상까지 오르느라 죽을 뻔 했었다.

주왕산도 그 경치만 따지자면 엄청난 고생이 뒤따라야만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그냥 공원 산책하는 수준의 걷기에도 이리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으니 널리 사랑받을만하다.
우리는 용추 협곡 사이에서 멋드러지게 사진을 하나씩 찍었다.



용추 협곡을 지나 조금만 더 걷다보면 용추 폭포가 나타난다.
큰 폭포를 상상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작년에 왔을 때보다 훨씬 물이 적었다.
근래 비가 안내렸던가?



여기서 더 앞으로 나아가면 용연 폭포가 나온다.
아마도 지금 보았던 용추 폭포보다는 규모가 더 큰 폭포일 것 같다.
아마도인 이유는 주왕산 오며 용연 폭포까지는 아직 가보질 못했기 때문이다.
저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너무 배가 고파서 용추 폭포를 기점으로 대전사로 다시 되돌아갔다.
다음번에는 주왕굴에 들리지 말고 곧장 용연 폭포로 가야겠다.



돌아가는 길 다시 학소대를 들리게 되는데 요상한 봉우리를 하나 보게 되었다.
시루떡 같이 생겼다해서 시루봉이라 불리는데 자세히 보면 사람 얼굴같다.
바위 안에 사람 눈, 코, 입이 은근슬쩍 보인다.



다시 대전사에 들러 멀리 보이는 손가락 모양 기암괴석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아 본다.
푸르딩딩한 하늘과 쨍한 햇빛은 여름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곧 있으면 엄청 더워질텐데 미리 주왕산에 들러 산행하길 참 잘했다.



올해 가을에도 주왕산을 찾아 곱게 물든 모습을 한 번 봐야겠다.
주차장으로 돌아가서 차 안에 오르니 후덥지근했다.
우리는 서울여관식당을 찍어두고 달기백숙을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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