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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Jun 11. 2019

양귀비와 수레국화 꽃밭에서, 청송 한옥민예촌

모네의 그림속을 거니는 듯 했던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


청송 주왕산 산행을 마치고 서울여관식당으로 백숙을 먹으러 달려가는 길에 차창 너머로 붉게 물든 꽃밭을 언뜻 보았다. 배가 고픈 상태라서 들렀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유턴했다. 잠시 차를 멈춰 세우고 여기가 어디인가 지도를 살펴보니 한옥 민예촌이라는 곳이었다. 한옥 부지 앞 넓은 공터에 꽃을 심어놓은 것 같았다.



붉은 양귀비가 눈앞에 가득했다. 들판 위에 부드러운 붉응 융단을 펼쳐놓은 것 같았다. 멀리 푸른 여름을 맞은 산과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로 켜켜히 피어난 꽃들이 바람에 춤을 췄다. 좌우로 이리저리 흔들리며 파도치는 것처럼 넘실거렸다.



붉은 양귀비 뿐만 아니라 파란 수레국화도 한가득 피어 있었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대비되어 강렬하게 눈을 찌른다. 이야, 감탄이 절로 나오는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이다. 문득 모네의 붉은 양귀비 밭이 그려진 그림이 떠올랐다.



몇해전 지베르니에 갔었을 때 수련과 더불어 이 붉은 양귀비밭이 그려진 우산을 사왔었다. 여러 그림들 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들었기에 내가 집어 들었을 것이다. 그 그림 속 풍경을 현실로 마주한 것 같았다.



파노라마로 담아본 모습. 너무 드넓어서 아름다움이 배로 몰려와 숨이 턱 막혔다. 때마침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우리만의 세상에 온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나타난 비밀의 정원, 너무 신비로웠다.



한참을 이곳에 서있다가 정말 아쉽게 발걸음을 뗐다. 아, 곧 있으면 꽃들은 지고 이 풍경도 이 세상에서 사라지겠지. 눈 앞에 두고 매일매일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피고 지는 꽃들은 너무 순식간이다. 이 모습을 잘 기억해두고 내년을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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