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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Dec 02. 2019

대구 동촌의 가을 그리고 봄

가을


가을을 맞은 대구 동촌

사실 예전에 들렀다가 좋은 기억으로 남은 식당에 찾아온 것이었다.

덕택에 아름다운 가을을 흠뻑 맛보고 왔다.

붉게 물든 단풍과 떨어진 낙엽들로 가득한 이곳은

마치 동화 속 세상처럼 나쁜 것 하나 없이 마냥 아름답고 따뜻했다.


막바지 가을 풍경

청량한 하늘과 붉은 나뭇잎사귀들

길 위로는 바짝 마른 이파리들이 나뒹군다.

가을을 떠올릴 모든 것들을 눈에 깊이 담아본다.

따스한 햇살이 스미는 시간,

우리는 와인과 함께 흘려 보내본다.



페타치즈를 곁들인 올리브 자몽 샐러드,
굴이 들어간 올리오 파스타, 볼로네제 파스타,
마지막 후식으로 서비스 주신 따뜻한 커피와 홍차.

좋았던 기억이 더 좋아지는 순간,

다시 이곳에 찾아오길 정말로 참 잘했다.

아마도 난 이 식당의 단골 손님이 될 것만 같았다.



식당 밖에는 아기 고양이를 위한 자그만한 집이 있었다.

식당 주위를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귀여운 녀석,

낯선 사람은 무서운지 경계 태세를 갖추며 수풀 뒤로 숨었다.

너무 귀여워 눈을 뗄 수가 없어

한참을 아가 고양이를 바라보다가

저 녀석이 불편할까봐 결국 돌아섰다.



푸른 잔디 위에

붉은 잎사귀들이 무수히 떨어져있었다.

누가 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

지난 봄 저 붉은 잎사귀들이 있던 자리에

눈 같던 벚꽃이 가득 피어있었는데

계절이 지나고 또 한해가 지나감을 느낀다.



따스한 오후의 햇살을 받아

이름 모를 자그마한 풀잎들마저 아름답게 빛났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거리를 거닐었다.

가을은 낙엽 밟는 소리가 참 좋다.






지나간 봄 동촌,

가을을 거닐다 보니 봄이 떠올랐다.

그 날은

벚꽃이 한창이던

해질 즈음 어느 날이었다.



강변에는 개나리가 한창이었고

강둑 위로는 벚꽃이 한창이었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보면

고운 빛깔 하늘과 핑크빛 벚꽃과 노란 개나리꽃 어우러져

눈이 황홀해지는 풍경이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와중

벚꽃잎은 햇살을 머금어 노랗게 다시 피어난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들이 강물 위에서 잔디 위에서 일렁였다.

이내 해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우리는 봄과 안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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