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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May 26. 2020

봄과 여름 사이 어느 날 금호강변을 달리다



화창한 5월의 어느 날,
이 날은 몽실몽실한 구름들이 새파란 하늘에 멋드러지게 펼쳐져 있어 무척 아름다웠던 날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화창해도 무덥지 않았던 날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금호강변을 달렸다.





다리를 지나 강을 건너와 보이는 아파트 단지들,
저 아파트들 중에 우리 아파트도 있겠지?

멀리 보이는 산 봉우리와 푸르른 강과 하늘, 초록 이파리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딱딱한 아파트를 감싸고 있었다.
이렇게 멀리서 보니 아파트들이 장난감처럼 귀여워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데 진한 꽃 향기가 코 끝을 찔렀다.
이 향기는 뭔가 싶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아카시아 나무에 하얀 꽃들이 한 가득 피어있었다.
이 그윽한 향기가 바로 아카시아 꽃 향기구나!

등나무에 열린 보랏빛 꽃들처럼
나무 가지마다 포도송이 같이 생긴 하얀 꽃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5월의 금호강은 푸릇푸릇하다.
매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만나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다.
돋아난 수풀 속에 홀로 우뚝 서 있었다.
이름 모를 이 나무는 왠지 우리보다 더 나이가 많을 것 같았다.
우리는 이 나무 옆을 지나갈 때마다 하나의 의식처럼 나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순간 스쳐 지나갈 것들도 이렇게 멈춰서고 의미를 담게 되면 소중해진다.
이렇게 하나 둘 추억이 쌓여 간다.





잔잔한 강물 위에는 파란 하늘이 담겨 있었다.

지금은 보라색 벳지 꽃들이 한창이다.
우리말로는 갈퀴나물이라 불린다는데,
실은 이 꽃은 외래종이다.
멀리 이국에서 넘어와 지금은 토종인 것처럼 온 들판을 뒤덮고 있다.
덩쿨식물이라 주변에 나무가 있으면 칭칭 가지들을 휘감으며 자라난다.





자전거를 타고 30여분 쯤 달렸을까?
동촌 유원지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달리다가 멈추니 갑작스레 땀이 흘러내렸다.
얼른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땀을 식히며 음식들을 주문했다.





부라타 치즈 샐러드와 볼로네제, 그리고 신메뉴라는 도미 구이를 시켰다.
코로나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부라타 치즈가 잘 수급이 안된다고 들었다.
귀하게 맛나게 부라타 치즈와 진한 고기향이 나는 볼로네제.
도미 구이는 담백하고 부드러웠다.

마지막에는 망고를 썰어 넣은 요거트를 주셔서 디저트로 잘 먹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
보라색 벳지들이 길 양쪽으로 잔뜩 피었다.
보랏빛으로 물든 길을 따라 신나게 달렸다.

멀리 시선 끝으로 보이는 하늘은 새파랬다.
그 속으로 풍덩 빠져드는 기분으로 쌩쌩 달렸다.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과 장미, 그리고 봉우리진 금계국들을 보았다.

곧 있으면 금계국들이 환하게 피어서
강변이 노랗게 물들 것이다.




율하 체육공원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자그마한 연못은 붉게 물들어가고 있는 하늘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에 살랑거리는 노란 아이리스.

아름다운 5월의 어느 날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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