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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Mar 26. 2020

겨울 경주 여행 별밤 아래서 즐기는 온천욕


겨울 어느 날,
쌀쌀한 공기를 마시며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국내 여기저기를 검색해보았다.
그러다가 경주 어느 산자락 밑에 자리 잡은 호텔을 발견했다.
한옥 독채로 구성되어 있고 마당에 야외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욕조가 있는 곳이었다.





보문호 근처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 들러서 호수를 바라보며 차와 커피를 마셨다.
그러고 남은 음료들을 테이크 아웃잔에 담아 카페를 나왔다.
우리는 푸르른 보문호 둘레를 따라 가볍게 산책했다.
공기는 쌀쌀했지만 살결에 와닿아 부딪히는 햇살은 따스했다.





체크인 시간에 맞춰서 호텔에 도착했다.
안방에 놓인 옛스런 침대와 조명을 보니 신라시대 세트장에 와있는 것 같았다.
방 끝에는 누마루가 있었는데 창을 열었더니 방에 햇살이 가득 담겼다.
여기 앉아 겨울 햇살 받으며 사진을 찍고 차도 마셨다.





우리끼리 조촐한 생일파티를 마쳤다.

이제 온천욕을 즐겨볼 차례이다.
마당으로 난 문을 열면 조그만 정원과 욕조가 나타난다.
욕조 안에 물을 채우려고 벨브를 열었는데
수도꼭지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이 콸콸콸 쏟아졌다.
물을 가득 채우고 탕 안으로 들어갔는데 천국이 따로 없다.
몸이 따뜻하니 모든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렸다.
역시 겨울에 하는 온천욕이 좋다.

욕조 안에서 고개를 들어 올리면 하늘이 보였다.
처마 위로 보이는 하늘은 사각형 모양이었다.
푸르딩딩한 빛깔이 너무 이뻐서 계속 쳐다봤다.





그리고 하늘에 달이 걸린 저녁에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섰다.
뭔가 뜨끈뜨끈하고 보양되는 음식이 먹고 싶어 백숙하는 식당을 찾아갔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오리백숙이다.
고소한 깨죽도 같이 나왔는데 오리백숙 국물이랑 함께 먹으니 꿀맛이었다.
양이 좀 많아 보였는데 어찌저찌 먹다보니 거의 다 먹었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그냥 숙소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주인 아저씨 혼자 운영하시는 곳이었는데 핸드드립이 맛이 좋다 그러시길래 주문해 보았다.
주문을 하고 우리는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아저씨가 핸드드립 도구를 챙겨 우리 자리에 오셨다.
그리고는 잔을 데우고 천천히 커피를 내려주셨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밤이지만 뭐 내일 출근할 것도 아닌데 카페인 따위 신경쓰지 않고 커피를 들이켰다.
원두가 뭐였는지 지금은 기억이 안나지만 마실 때 향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같이 시킨 쑥차,
뜨끈뜨끈 차를 넘기면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다 마시고 여러번 더 물을 부어 마셨다.
겨울인데도 몸에 열이 바짝 올랐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다시 뜨거운 물을 보충한 뒤 온천욕을 했다.
아, 컴컴한 밤이 되니 온도가 떨어져서 온천욕 할 때 더 좋았다.
뜨끈한 물에 오래 있으면 답답하고 더운데
밖이 추우니 땀도 안나고 답답함도 없고 온도가 온천욕 하기에 딱 좋았다.

무엇보다 밤이 되니 제일 좋은 점은
하늘에 별들이 가득 차올랐다는 것이다.
욕조 가운데 누워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안보이던 별들이 하나 둘씩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온천욕을 마치고 방 안으로 들어와서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연말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 우리는 영화들을 검색하다가
 '두근두근 도쿄'라는 영화를 골라 보게 되었다.
영화 보면서 먹을 요량으로 경주 시내에서 교리 김밥도 사왔다.
그리고 뜨끈한 사발면에 계란과 치즈를 넣고 집에서 싸들고 온 포도에 막걸리를 곁들여 먹었다.

영화는 생각보다 별로였지만 그래도 둘이 연말 분위기 느끼며 맛난거 먹으며 추억 쌓은 걸로 만족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온천욕으로 마무리.
배는 부르고 졸음이 덮쳐 오는 밤 늦은 시간,
뜨거운 물에 들어가니 나른나른 온 몸이 녹아내렸다.
따뜻하면서도 시원해서 여기서 쿨쿨 잠들어도 좋겠다 싶었다.

고개를 들면 액자 안에 끼워 넣은 듯한 밤하늘이 보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리온 자리가 머리 위에 떠 있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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