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 날씨였던 주말, 남편이 미리 금호강변쪽 이태리 레스토랑을 예약해두었다. 이곳은 우리가 자주 찾는 레스토랑 중 하나인데 매번 창가 옆 테이블에 앉아 사장님께 추천 받은 와인 한 병 시켜 놓고 시간을 보내다가 간다.
강변에 들어서는데 푸른 하늘 위로 가득 핀 연분홍 벚꽃이 보였다. 얼마 전까지 집 근처 매화나무에 꽃이 가득 피어 향기가 진동했었는데, 벌써 매화는 저물기 시작했고 이제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 좋은 봄이 빨리 흘러 지나가서 아쉬운 마음이다.
그리고 화사한 개나리들, 노란 빛깔이 반짝반짝 강변을 가득 수놓았다. 맞은편 버드나무에는 유록색 이파리들이 돋아났다. 난 꽃들을 참 좋아라 하지만 저렇게 연두빛으로 돋아난 작은 새싹들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요즈음 나무들을 바라보면 빈 가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꽃봉오리가 맺혀 있거나 푸릇푸릇한 이파리가 돋아나 있다. 곳곳에서 생명이 움트고 있음을 느낀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어딜가나 마스크를 꼭 껴야하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 이렇게 바람 쐬는 일도 어려워졌고 이 좋은 날에 봄꽃을 보러 국내를 여행하기도 어려워졌다. 언제쯤 상황이 나아질까? 몇 달째 집에도 못가고 있다. 엄마 아빠를 못 본지 세 달이 넘어가는 것 같다. 고통스럽지만 우리 모두의 안녕을 위해 참아야 한다. 모두가 건강히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연분홍 벚꽃과 노란 개나리, 파란 하늘, 파릇한 이파리들 그리고 반짝이는 강물. 정말 아름다운 봄날의 한 장면이다. 눈에 가득 담아 두고 사진으로도 담아 본다.
우리는 예약해둔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매일 앉던 창가 자리에 앉아 식사를 주문 하고 추천받은 레드 와인을 한 병 땄다.
날이 너무 좋아서 사장님이 문을 열어 주셨다. 문을 열어두니 봄 바람이 솔솔 불어와 얼굴을 스쳤다. 살결에 닿는 따스한 햇살도 너무 좋았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쾌적한 걷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나중에 집을 짓고 살게 되면 이렇게 마당 쪽 보이는 곳에 조그만 다이닝 공간을 만들고, 폴딩 도어를 달고 데크를 깔자고 이야기했다. 와인이랑 페타 치즈와 올리브가 들어간 자몽 샐러드, 알리오 올리오, 스테이크를 먹었다. 분위기가 좋으니 와인이 더 맛나게 느껴졌다. 후루륵 물 마시듯이 계속 마시다 보니 취해 버렸다.
레스토랑에서 나와 근처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연분홍 벚꽃잎들이 가득 채웠다. 바람에 가지가 살랑이며 꽃잎들이 떨어졌다. 아름다운 봄날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