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이 한창인 주왕산으로 향하는 길, 차창 너머로 보이는 산들은 모두 알록달록한 가을 옷으로 갈아 입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들은 푸르스름한 빛깔이었는데 벌써 가을이 왔다. 일년이라는 시간이 눈 깜빡한 사이에 지나간 것 같았다. 나이가 들수록 지나가는 시간이 참 빨라진다.
그런데 어째 가는 길이 좀 낯설었다. 주왕산을 자주 찾았던터라 익숙한 풍경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러질 않았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네비게이션에 '주왕산 국립공원'을 검색한 뒤 네비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 주차장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 주소지는 평소에 가던 등산로의 주차장이 아니었다. 거의 도착할 때 즈음에야 알게 되었는데 우리가 도착한 곳은 월외 매표소가 자리잡은 등산로 입구였다.
도착했을 때 매표소 옆에 자동차가 한 대 주차되어 있을 뿐, 사람은 단 한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도 없는 이 등산로 안으로 들어가도 되는 것일까 살짝 고민 되었다. 차에 올라 우리가 늘상 가던 등산로 입구로 이동하려니 시간이 빠듯해서 그냥 들어가보기로 했다.
이 길은 등산로라기 보다 동네 시골길 같았다. 길 양쪽으로 사과 나무들이 가득했다. 가지가지마다 새빨간 사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알록달록한 산, 파란 하늘과 빨간 사과를 바라보며 가을 정취에 흠뻑 스며들었다.
과수원 밭 주위로는 울타리가 세워져 있었는데 근처를 지나갈 때 총 쏘는 소리, 사이렌 소리 같은 여러가지 경고음이 울렸다. 처음에는 깜짝 놀랬다가 나중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다. 아마도 산에 돌아다니는 들짐승들을 막으려고 설치해 놓은 것 같았다. 지도를 살펴보니 이 등산로 부근에 달기폭포가 있다고 해서 폭포만 보고 돌아가야지 싶었다. 근데 근처만 뱅뱅 맴돌 뿐 폭포를 보려면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겠더라. 딱히 안내 표지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오던 길로 돌아서서 해가 지기 전에 주산지에 가보기로 했다.
주산지로 가는 길, 우리는 주왕산 전망대 표지판을 보고 차를 멈춰 세웠다. 오르막 길을 꽤 걸어 오르고서야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 근처까지 차를 끌고 올라올 수 있었는데 우리는 그 사실을 몰라 굳이 걸어서 올라갔다. 언덕을 다 오르니 전망대가 나타났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언제나 끝내준다. 구름 그림자가 어린 산봉우리들과 곧게 뻗은 푸른 소나무들이 보였다.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든 산, 다양한 색을 보여주는 가을이 참 좋다. 하늘은 푸르고 공기도 맑고 요새 밖으로 나다나기 참 좋은 날들인데, 코로나 때문에 많은 것들이 아쉽다. 그래도 지나가는 계절이 아쉬워 마스크를 끼고서 여기저기 다녀본다. 마스크가 점점 익숙해지는 것이 서글픈 요즘이다. 마스크 안 끼던 시절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익숙해진 요즘, 얼른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