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고소동 천사 벽화 마을을 찾아가는 길. 여수 해양공원 앞 노상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 자리가 여유롭지 않아서 해양공원 진입하기 전에 자리가 있으면 곧장 세우고 걸어서 천사골목 쪽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운좋게 자리가 나서 세울 수 있었다. 해양공원이라는 말답게 공원 앞에 바로 바다가 보였다. 멀리 돌산대교도 보였다. 공원 조형물이 특이했는데 천장에 생선 모형들이 매달려 있었다. 밤에 봤으면 약간 무서울 뻔 했다.
지도 어플에는 천사골목 입구가 어디인지 나와있지 않았다. 그런데 해양공원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무작정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입구가 나온다. 사실 어디로 가든 언덕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골목골목 다 이어져 있어서 굳이 입구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가파른 골목길을 천천히 올라갔다. 높다란 언덕을 오르는 계단의 연속이였다. 운동화를 신고 오길 천만 다행이었다. 벽마다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벽화를 구경하면서 골목골목을 쏘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골목을 다니다 보면 폐허가 된 빈집들을 보기도 했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정감 넘치는 집들을 보기도 했다. 리모델링을 해서 카페로 개조된 곳들도 많았다. 고지대에 있어서 이곳의 카페들은 바다가 보이는 멋진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높이 올라가니 여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마을을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을 꽤 보았다. 귀여운 고양이 조각상부터 시작해서 벽화들까지, 여기저기 고양이 천지였다. 고양이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벽화에도 고양이가 많은 것일까?
중간중간 골목 끝으로 바다가 보일 때 그 풍경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알록달록 색색으로 칠해진 건물들과 반짝이는 바다과 좁은 골목들. 이 골목을 지나면 뭐가 나올지 알 수가 없으니 더 재밌고 흥분되었다.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또 지도 어플도 보지 않고 그저 발 닿는대로 이곳저곳 탐험하면서 다녔다.
한참 돌아다니다가 잠깐 카페에 들어가서 쉬다 나오기로 했다.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Groovy'라는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는 카페 옥상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바다를 바라보며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맥주를 마셨다. 바닷 바람이 솔솔 불어왔고 햇살은 뜨거웠다. 이제 정말 겨울이 다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의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다시 천사골목을 걷기 시작했다.
고소동 벽화 골목에는 소품샵도 여럿 있었다. 들어가서 구경을 했지만 딱히 내 마음을 끄는 특색있는 것들은 없었다. '오동'이라는 유명한 푸딩샵에도 들러 푸딩을 몇 개 사왔다. 이제 숙소에 체크인 할 시간이 되었으니 주차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멀리 폐허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내려다 보였다. 저 곳도 시간이 지나면 멀끔하게 리모델링 되어 카페로 변신하게 될까? 시간이 흐른 후에 이곳을 다시 찾게 되면 왠지 더는 이 모습이 아닐 것만 같아 아쉬운 맘이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