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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Mar 09. 2021

대구 남평문씨 본리세거지, 꽃향기 가득한 봄 풍경

매화 산수유 그리고 버드나무의 새싹



화창한 봄날,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남평문씨 본리세거지에 들렀다. 여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능소화랑 접시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벌써 이년이 흘렀다. 전날 비가 내렸어서 그런지 날이 무척 화창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따스한 햇살, 코트가 필요 없는 포근한 봄 다운 그런 날이었다.





약간 푸른 빛깔이 도는 하얀 매화가 파란 하늘에 팝콘처럼 피었다. 아직 매화는 만개하기 전이었다. 하얀 눈송이 같은 봉오리들이 가지마다 맺혀 있었다. 여기 서있는 매화나무들는 키가 커서 하늘을 올려다 보아야 꽃들이 많이 보였다. 잉잉잉- 귓가에 벌들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요란했다.





홍매는 하얀 매화들보다 더 많이 피어 있어 풍성해 보였다. 삐죽삐죽 하늘로 솟아오른 잔가지들에는 붉은 꽃들이 방울방울 달려 있었다. 진한 분홍색과 새파란 하늘의 대비가 보기 좋았다. 하늘이 푸르딩딩한 날이라 그런지 선명한 빛깔의 홍매가 더 예쁘게 느껴졌다.





매화 나무들 옆으로는 넓은 목화밭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 왜 목화밭이 있는가 싶었는데 문익점 동상을 보고 이유를 알았다. 이곳에 살고 있는 남평문씨 일족이 우리나라에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의 후손이라고 한다.

꽃집에서 장식용으로 파는 목화를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노지에 가득 솜들이 피어있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하얀 솜을 만져보니 아주 부드럽고 몽글몽글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솜은 이런 모양이 아니라서 이 목화가 솜이 된다는 것이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목화밭 옆에는 꽤나 큰 연못이 하나 있었다. 연못 가운데 조그만 육지가 있었는데 수형이 멋드러진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었다. 연못이 잔잔해서 그런지 내가 보는 풍경 그대로 물에 담겨있었다. 물 속에 또 하나의 세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상상속에 잠깐 빠져들었다.





연못 근처에 있는 버드나무 가지에서는 귀여운 아기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새싹들은 아직 덜 여문 초록빛이었다. 축 늘어진 가지들이 바람 따라 흔들흔들 춤을 췄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연못을 한바퀴 돌고 세거지 안으로 들어갔다. 정겨운 담벼락을 옆에 끼고 단단한 흙길을 걸었다. 담벼락 너머로 매화와 산수유꽃이 삐죽삐죽 솟아올라 있었다. 여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큼지막한 능소화들이 담벼락 아래로 내려와 피어 있었다. 그 능소화 사진을 찍으려고 세거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모기에 잔뜩 물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세거지를 둘러보고 나와 매화 나무 터널 아래를 걸었다. 키가 큰 매화 나무 아래로 잔가지들 그림자가 땅 위로 일렁였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도 신선한 매화 향기가 진하게 풍겼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유롭게 보게 될 날이 얼른 돌아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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