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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Apr 30. 2022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에서 크리스마스 엽서 보내기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엽서와 산타마을에서 즐긴 쇼핑



붉은 지붕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산타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커다란 눈사람이 입구에 서있었다. 눈사람 앞에 서서 기념 사진을 찍고 산타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멀리 지평선 너머로 저물어가는 해가 보였다. 하얀 눈이 저무는 햇살에 물들어 노랗게 보였다.





산타마을에는 우체국이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 원하는 곳으로 엽서를 부칠 수 있다고 들었다. 산타가 사는 산타마을에서 엽서를 보낸다니, 상상만으로도 너무 낭만적이었다. 잠깐 우체국에 들러 서로를 위한 편지를 쓰고 한국에 부치기로 했다. 





우체국 안으로 들어가니 한쪽 벽에 엽서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엽서 안에는 오로라, 산타, 로바니에미 풍경 등 다양한 사진과 일러스트가 담겨 있었다. 엽서들이 너무 예뻐서 고르느라 한참 시간을 쏟았다. 우리는 각자 마음에 드는 엽서들을 몇장씩 골라 사기로 했다.







엽서 말고도 기념품들이 많아서 열심히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그러다가 이쁘장한 마그넷도 하나 주워 담았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고른 물건들을 살 수 있었다. 엽서를 부칠 생각이었기에 계산할 때 우표들도 여러개 샀다. 





이제 엽서를 쓸 차례이다. 우체국 안에는 엽서를 쓸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 우리는 나무 테이블에 위에 엽서들과 우표들을 펼쳐 놓았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뿌듯했다.





각자 등을 돌리고 비밀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한국에 도착해서야 볼 수 있는 편지, 슥슥슥- 핀란드에서의 설레임을 담아 열심히 편지를 썼다. 그리고 사들고 온 어여쁜 우표도 붙였다. 각자를 위한 편지를 다 쓰고 이제는 크리스마스 기념 엽서를 쓸 차례였다. 심혈을 기울여 크리스마스 기념 엽서를 같이 골랐다. 그리고 한줄씩 돌아가며 엽서 위에 글을 적어 나갔다.





우체국에는 두가지 색깔의 우체통이 있었다. 주황색 우체통은 엽서를 부치면 바로 적어놓은 주소로 가는 것이었고, 빨간색 우체통은 크리스마스에 맞춰 엽서를 부쳐주는 것이었다. 각자를 위한 엽서들을 주황색 우체통에 넣었고, 같이 쓴 크리스마스 엽서는 빨간색 우체통에 넣었다.






그리고 2020년 크리스마스가 지나자 잊고 있던 우리의 크리스마스 엽서가 진짜로 한국에 왔다. 로바니에미에서 한국까지 먼 길을 달려온 엽서. 엽서를 보니 로바니에미에서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여행길이 막혀버릴 줄 꿈에도 몰랐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뜻밖의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다. 소중하게 그리고 오래오래 이 엽서를 간직해야겠다.






엽서를 다 부치고 밖으로 나왔다. 들이 마쉬고 내쉬는 숨이 얼어 붙을 것 같은 추위가 느껴졌다. 밖은 내가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영하 14도였다. 붉은 지붕이 달린 기둥 위에서는 푸른색 광선이 쭈욱 뻗어 나왔다. 이 푸른 선이 북극권(Arctic Circle)의 경계여서 사람들은 그 밑에서 기념 사진을 담고 있었다.






산타마을을 더 돌아보기 전에 인포메이션 센터로 가서 로바니에미 시내로 가는 버스 시간을 미리 알아 두었다. 그리고 버스 타는 곳도 미리 눈도장을 찍어 두었다. 버스 타는 곳과 시간을 미리 알아두니 편안해진 마음으로 산타마을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뽀드득거리는 하얀 눈을 밟으며 산타마을을 걷기만 해도 참 좋았다. 콧물이 훌쩍거릴 정도로 날은 무지 추웠지만 추운만큼 제대로 겨울을 느끼는 것 같아서 좋았다. 한동안 거리를 거닐다가 인포메이션 센터 근처에 있던 쇼핑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을 기념할만한 목도리나 털모자를 사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상점들을 돌아다녔다. 이리저리 많은 목도리와 털모자를 쓰고 거울을 보며 마음에 드는 녀석들을 골라냈다. 남편과 나는 귀여운 방울이 달린 털모자를 하나씩 샀다.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털모자를 쓰고 돌아다니다가 무민샵을 지나가게 되었다.







잔뜩 쌓인 컵 위로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적힌 글귀를 보고 멈춰섰다. 호기심에 컵을 하나 들어서 자세히 보았다. 눈이 가득 쌓인 언덕 위 밤하늘에 오로라가 그려진 법랑컵이었다. 마음을 홀리는 아주 어여쁜 컵이었는데 게다가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니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이 컵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두 개를 살지 하나를 살지 고민하다가 결국 하나만 사왔다. 지금와서는 두 개를 살껄 싶어 몹시 아쉽다. 여행 중 고민되면 그냥 질러야한다는 깨달음을 되새기게 되었다.







쇼핑을 마치고 나서도 아직 버스를 타기까지 시간이 좀 남았다. 우리는 카페에서 몸을 좀 녹이다 가기로 했다. 마침 쇼핑했던 건물 2층에 카페가 하나 있었다. 나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산타마을이 한눈에 보였다. 온통 하얀 눈 투성이었다. 지붕마다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고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거리 위에도 하얀 눈으로 가득했다. 불이 켜지기 시작한 산타마을은 낮보다 더 아름다웠다. 밤이 되어 반짝반짝이는 산타마을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위스키로 만든 핫 토디와 베리 쥬스와 럼이 섞인 뜨끈한 음료를 하나씩 주문했다. 따뜻한 액체가 목구멍 뒤로 들어가니 몸이 녹아 내리는 듯 했다. 추운 지방에서 왜 독한 술을 마시는지 알것도 같다. 술을 먹으니 몸이 뜨끈해져서 좋았다. 살짝 취기가 돌았지만 눈으로 뒤덮인 밖으로 나가면 술이 홀딱 깰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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