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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Jul 09. 2017

네즈미술관 보랏빛 향연에 빠지다.

정원 가득한 보랏빛 등나무꽃와 제비붓꽃을 만나다


네즈미술관은 오모테산도 역에서 도보로 10여분 정도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이 미술관에는 토부 철도회사 사장이었던 네즈 카이치로(1860~1940)가 수집했던 동양의 고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미술품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운 건축물과 정원을 보기 위해서였다.





일본의 건축가인 쿠마 켄고가 설계하여 오랜 시간 리모델링 작업을 거친 후 2009년에 재오픈한 모습이 지금이다.


처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일렬로 늘어선 대나무들과 까만 돌 무더기가 인상적이었다.


때마침 햇살이 들이쳐 처마 밑으로 일직선의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그 사이를 걷는데, 걷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기운이 절로 솟아났다.







까만 돌맹이 위로는 져버린 대나무 잎들이 흩어져있다.


그 옆으로 외벽을 두르고 있는 대나무 잎파리들의 그림자가 살랑였다.


참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 생각이 자꾸만 머리를 스쳐갔다.







유리 문을 넘어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 표를 끊고 입장했다.


입장료는 어른 기준 1인 1300엔이었다.


라커룸에 짐을 맡겨두고 가벼운 몸으로 정원 구경에 나섰다.






네즈미술관을 찾았던 날은 4월 29일이었다.


때마침 연보랏빛 등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무척 아름다웠다.



코 끝으로 밀려들어오는 꽃향기.


바람결에 흔들리는 꽃망울들, 은은한 연보랏빛에 흠뻑 빠져들었다.




등나무꽃 아래에 잠시동안 앉아 쉬었다.


사람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주렁주렁 매달린 등나무꽃을 찍고 있었다.


나도 이 아름다운 장면을 기억하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보랏빛 등나무 꽃밭을 지나와 조금만 더 걸으면 네즈미술관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아이리스 정원이 나온다.




푸른 잎파리 끝에 피러난 보랏빛 꽃무리가 황홀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정원을 돌아보고 나서 전시관으로 갔을 때 일본 국보로 지정된 오가타 고린의 제비붓꽃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병풍에 그려진 웅장한 그림으로 정원에서 보고 온 붓꽃들이 그대로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에도시대의 그림이라는데 색이 바랜 흔적이 보이지 않고 무척 화려하고 선명했다.



오가타 고린의 제비붓꽃 그림
5000엔 지폐 뒷면에 보이는 붓꽃 그림


매년 4월부터 5월까지 붓꽃이 피어나는 시기에 맞춰서 한정된 기간동안 전시된다.


정원에서 붓꽃의 아름다운 모습을 두 눈에 담고난 뒤 작품을 보니 감동은 배가 되었다.


내가 이 붓꽃들을 그림으로 담으면 어떤 모습일까?


붓을 들고 하얀 종이 위에 색을 채워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길이 붓꽃 가득한 못을 두르며 나있어서 천천히 걸었다.


단풍나무들이 많아 가을에 와도 무척 아름다울 듯 싶었다.






이 봄날에 빨갛게 물든 단풍잎들은 무얼까?





갑자기 비가 찾아왔다.


맑고 푸른 하늘에서 빗방울이 부슬부슬 떨어지니 기이했다.


이런 비를 여우비라고 하던데 나에게는 처음이었다.





비를 피하러 안으로 들어와 잠깐 의자에 앉아서 쉬다가 전시를 구경했다.


정원이 임펙트가 커서 전시관을 둘러봤던 기억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다보고 샵에 들러 엽서 몇개를 사들고 미술관을 나섰다





도쿄를 찾으면 다시 오게 될 것 같은 이 곳.


안녕 네즈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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