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부산 남포동에서 광안리까지
급작스러운 부산 여행.
늦은 아침 광안리 부근에 숙소를 잡고 차를 타고 부산을 향해 떠났다.
차 안에 있으니 더운 줄 몰랐던 여름날.
쌩쌩달려서 먼저 도착한 곳은 남포동.
남포동 부평 족발골목 근처에 차를 세우고 원조부산족발 집으로 향했다.
내일로 티켓을 끊고 여행다니던 대학생 시절, 부산이라는 곳에 처음으로 왔을 때 남포동 이 식당에서 냉채족발을 먹었었다.
그 추억이 생각나서 다시 들렀는데 그 때처럼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난 많이 변한 것 같은데 이 식당은 왠지 그대로인 것 같았다.
왠지 예전에는 소면을 주지 않았던 것 같은데 기억이 흐릿하다.
냠냠 맛있게 먹었는데 다 먹지는 못하고 결국 남겼다.
20대 초반 친구들이랑 와서 냉채족발을 먹는데 고기가 부족해서 아껴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 땐 왜 그렇게 항상 배가 고팠나 모르겠다.
냉채족발만 먹고 안녕 남포동!
너무 더워서 걸너다닐 수가 없었다.
여름은 여름인가 보다.
전포동 카페골목 벽돌 담벼락에 꽃들이 가득했다.
조화이지만 우중충한 담벼락이 화사해졌다.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은 꽃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추억 남기기에 바쁘다.
카페거리에 온 이유는 지미지니팍이라는 마카롱 집에 가기 위해서였다.
이 곳의 마카롱이 꽤 괜찮았기에 올 때마다 많이 사두고 냉동고에 쟁여둔 뒤 가끔씩 꺼내 먹고있다.
잠시 카페 안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자 음료들을 주문했다.
로즈마리 향기가 좋은 시원한 레몬에이드와 아이스아메리카노.
마카롱도 조금 먹고 가려고 두 개를 시켰다.
마차와 피스타치오 향기가 감도는 마카롱.
더위가 가시고 이제 걸어야겠다 싶을 때 마카롱을 잔뜩 사서 나왔다.
마카롱 가게 바로 옆에 새로 생긴 카페가 하나 있길래 들어가 보았다.
요즘 코스타리카 원두에 빠져있었는데 마침 이 카페에서 팔고 있길래 두 봉지 구입해왔다.
카페를 나와서 잠깐 스타벅스에 들렀다.
광안리 여행이니까!
랜드마크인 광안대교가 그려진 부산 시티컵을 사기 위해서였다.
스타벅스 안에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알고보니 이 날 5시까지 스타벅스 음료 반값 행사를 하더라.
시티컵만 사들고 바로 광안리로 출발했다.
아침에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가 광안리에 있었는데 주차가 힘들어서 애를 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다와 광안대교 모습에 감동받았다.
광안대교 보이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그림 그리고 차도 마시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으며 이렇게 바다를 느낄 수 있으니 이런게 바로 피서지!
먹을 것들을 사오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수평선 부근 약간 붉게 물든 하늘
눈앞에 광안대교가 보이고 파도치는 푸른 바다!
정말 여행온 것 같았다.
광안리의 오렌지바다라는 곳에서
광안대교가 그려진 마그넷과 자기 잔을 사왔다.
여행 가서 이렇게 소소한 기념품들을 사모으는게 무척 재밌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을 것들을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광안대교가 보이는 풍경 좋고 에어컨 빵빵한 우리만의 레스토랑(?)에서
무한도전을 보며 맛나게 컵라면을 먹었다.
서서히 광안리에 어둠이 깔리고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 둘씩 고개를 내밀었다.
도로 위 차들이 내뿜는 불빛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광안리를 수놓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여러 빛깔로 반짝이는 광안대교가 보였다.
밤이 되니 낮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숙소 안의 모든 불을 끄니 더욱 더 선명하게 빛나는 광안대교.
블루투스 스피커로 좋아하는 음악들을 틀어놓고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맥주를 마셨다.
더위가 가신 늦은 밤
숙소를 나와 시원한 해변가를 거닐었다.
요새 밤이 되어도 후덥지근 했었는데 바다 옆이라 그런지 무척 시원했다.
바닷바람이라 찐찐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산뜻했다.
차들이 바쁘게 다니던 도로 위는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일정 시간대에는 도로 위 차량을 통제하는듯 했다.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 위에는 여러 부스들이 설치되어 소소한 물품들을 팔거나 체험공간으로 활용되었다.
또 곳곳에서 다양한 거리 공연들이 펼쳐졌다.
눈 앞으로 보이는 광안대교 야경,
그 위로 새카만 하늘과 그 아래 새카만 바다.
바닷바람 맞으며 밤바다를 걸었다.
어둠이 내려도 활기찬 도시,
우리는 간단히 맥주 한 잔만 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들어와 짧고도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창밖의 불빛으로 방 안은 은은하게 빛났고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며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눈 뜨자마자 반겨주는 바다!
안녕 광안리, 다음에 또 보자.
아쉬운 마음 뒤로 하고 짧은 광안리 여행을 마친다.
돌아가는 길 부산 어느 돼지국밥 집에서 가볍게 허기를 달랬다.
부산을 더 돌아볼까 하다가 그냥 대구로 곧장 향했다.
부산,
대구에 있으니 자주 오게 되는 것 같다.
서울 살 때는 맘 먹고 왔어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 대구 사는 것도 괜찮은 점이 있네.
1박 2일 짧은 부산 광안리 여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