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님이 낯설어진 내 이름을 보며 묻는다.
-이름이... 바뀌신 건가요?
-네. 저 이름 바꿨어요.
역시 정신의학과 선생님이라 그런지 개명 하나도 그냥 안 지나치신다.
이름 바꾸는 거.. 뭐, 그거 뭐 별거라고. ㅎㅎ
-왜 바꾸신 거예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거 하려고요.
우울증을 가지고 있고, 자해 경험이 있는 나이기에 나도 모르게 톡 튀어나온 죽음이란 말에 의사 선생님의 이마 주름이 보인다.
-아, 그런 죽음 아니고요. 이름이 너무 흔하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바꿨어요.
난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급하게 변명 같은 이유들을 늘어놓는다.
그럼에도 의사 선생님은 조금 심각하다.
생각해 보니 이 선생님이 웃는걸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우울증이 있는 환자 앞에서 의사 선생님이 웃는 건 이상한가?
난 그 샘의 웃는 얼굴이 괜히 궁금하다.
맨날 환자들을 만나 무거운 얘기들을 들으니, 저 선생님도 힘들겠다.
그렇겠다.
그래도 선생님 고마워요~
선생님의 허를 찌르는 예리한 상담과 질문덕에,
내가 내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감사합니당.
그리고 마음의 아픔이 있는 분들,
혹시 망설이고 계시다면,
망설이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찾아 치료받았으면 좋겠어요.
아픈데 치료받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니까요.
우리 모두, 힘내서 살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