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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붙박이별 May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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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교회 오빠였다.

하지만 교회 오빠의 전형적인 스타일은 아니었다.

나는 1월에 처음 남편을 만났지만, 내가 남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은 4월 즈음이었다.


다른 친절한 교회 오빠들과 다르게, 남편은 조금 시크하고 조용한 스타일이었다.

나중에 남편과 사귀고 나서 돌이켜보니, 1월에 보았던 남편이 생각났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존재감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그게 너야? 그게 너였어?'

'그 사람이 오빠였어요? 아, 그랬구나.'


지금 보면 남편은 아주 스탠더드인데, 내가 처음 본 남편은 그렇지 않았다. 노란색 단발머리에 - 난 그때 탈색인줄 알았지만 나중에 컬러 스프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색이 들어간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함께할 사람의 인연은 존재하는 것 같다. 나는 남편의 기타 치는 모습을 보고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남편도 내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고 호감을 가졌다고 했다.


근데, 내가 남편과 사귀게 된 이후로 나는 교회 언니들에게 여러 번 따로 불려 갔다. 그리고 오빠에 대한 험담을 아주 여러 번 들어야 했다.

언니들은 오빠는 좋은 사람이 아니니 헤어지라고 했다.  

처음에는 언니들의 험담에 마음이 흔들렸으나, 오빠를 만날수록 나는 오빠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헤어지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고, 우리는 결국 계속 사귀게 되고 결혼까지 했다.


알고 보니  그때 오빠와 헤어지라고 오빠를 험담했던 언니들 중 오빠를 좋아하는 언니가 있었다.  한 명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지금의 남편을 쟁취(?) 한 나는 그때 언니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결국 남편을 택한 것을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너무너무 좋은 사람이니까.


그때 언니들이 했던 말들을 생각하면 이 노래가 생각난다.


#

절대 안 된다고 끝이 보이는 사랑이라고

시간이 갈수록 상처만 더 커질 거라고

모두 우리 둘을 붙잡고 어떻게든 헤어지라고

주위는 온통 말리는 목소리들만 있지만


난 널 보낼 수가 없는 걸

넌 나 없이 살 수 없는 걸

힘든 사랑도 사랑이기에

사랑이기에 우린 행복한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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