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땅그지

by 붙박이별

요 며칠 날씨가 따뜻해서 렌과 함께 산책을 자주 나갔더니,

요 개님이 눈치가 빠안해졌다.


소파에서 엉덩이만 떼면 눈을 반짝이며

기대하는 티를 팍팍 낸다.

그 덕에 화장실 가는 것조차 상당히 부담스럽다.

우리 나가? 산책?


가만히 지켜보니 요놈의 행동에도 나름의 눈치와 루틴이 있다.

화장실에 다녀오면 문 앞 매트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고,


옷방에 들어가면 우리가 외투를 입는 건가 하고 따라 들어와서 살핀다음,

우리가 외투를 입으면 신이 나는지 뱅글뱅글 돌고,


산책줄을 넣어 놓은 통에서 산책줄을 꺼내는지 지켜본다.

우리가 산책줄을 꺼내면 중문 앞으로 뛰어가서 중문을 긁고, 목줄을 채울 때까지 기다린다.


산책을 나가면 소변보는 곳, 큰일 보는 곳 위치가 대부분 정해져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소변보는 곳에 낙엽이 떨어져서 가득 쌓였다.

발이 폭폭 빠지는 게 무서워서인지 한동안 거기선 볼일을 안 보더니.

어느 날 저녁 그 위치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제 낙엽도 적응이 됐나 보다 했는데...


엥? 소변을 보는 게 아니라 낙엽에 얼굴을 파묻고 코랑 입이 바쁘다.

뭐지? 이 쎄-한 느낌은.

그 순간,


오. 도. 독.


그 소리를 듣자마자 본능적으로 내 몸이 움직인다.

얼른 렌의 입을 잡아서 벌리고 렌의 입 안에 있던 닭 뼈를 꺼냈다.

다행히 고집부리지 않고 순하게 입을 쩍 벌려준다.


아기 때부터 그렇게 가르쳐서 그런지 아직 자라면서 한 번도 사람 손을 문 적은 없다.


기특한 렌.


비록 땅그지처럼 바닥에 있는 이것저것을 주워 먹긴 하지만,

그걸 말리려고 입속에 급하게 들어오는 보호자의 손은 씹지 않으니.

이 얼마나 똑똑한 개인지.

(라고 좋게 생각해 본다)

낼 산책 더 많이 시켜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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