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빠. 엄마의 남편

by 붙박이별

아빠는 착실하게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었다.

하지만 공무원의 월급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엄마는 일을 다니기도 하고, 몇 년 동안은 버섯 농사를 하기도 했다.

그런 부모님의 노력으로, 나는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내가 국민학생이던 어느 밤, 자고 있는데 엄마가 나를 깨웠다.

걱정과 울음기가 묻은 목소리였다.

일어나 보니 언니는 자고 있었고 엄마는 앉아있었다.

"아빠가 아직도 안 들어 왔어."

엄마의 목소리가 떨렸다.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 시절엔 핸드폰도 없으니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 그 어린애가 엄마의 불안에 무슨 도움이 되었겠는가. 그래도 엄마는 더 이상 불안을 혼자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엄마의 불안을 나눠지고 엄마 옆에 앉아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집전화가 울렸다.

아빠였다.

아빠는 "나 괜찮으니까 걱정 마, 이따 들어가서 얘기할게"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엄마는 여전히 불안해했지만 그래도 아빠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불안의 크기가 조금 줄어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아빠는 곧 들어 오실테니 자라고 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아빠가 와계셨고 지난밤의 일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논두렁이 있는 길로 봉고차를 몰고 집으로 오고 있는데, 경찰복을 입은 두 사람이 차를 세우더란다. 사람이 있을만한 길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경찰이라 아빠는 차를 세웠다. 그 사람들은 아빠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이상한 기분이 든 아빠는 차키를 빼서 내렸다.

아빠의 의심대로 그들은 경찰이 아니었고, 차 키를 뺏으려고 했다. 아빠는 차키를 논으로 던져버렸다. 그 사람들은 화를 내며 어떤 도구로 아빠의 머리를 가격했고, 아빠는 정신을 잃었다.


얼마 후 정신을 차린 아빠는 논을 뒤져서 차키를 찾아냈고, 오는 길에 보이는 공중전화로 전화를 했단다. 나는 차도 잃지 않고 아빠도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빠는 공무원이어서 월급은 일정하게 나왔지만, 엄마에게 가져오는 돈이 별로 없었다.

그놈의 도박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두고 일을 하러 다녔고, 지금은 버섯을 재배해서 돈을 벌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 아빠는 성실한 가장이었지만, 엄마에겐 원수 같은 남편이었다.

도박에 빠져 월급 탕진은 물론이고 빚도 있는 것 같았다. 나이 든 외할아버지가 생활비를 빌려주기도 하고, 지게에 쌀포대를 지고 오시기도 했다. 외할아버지를 볼 때마다 엄마는 잘 살지 못해서 죄송하고, 아빠가 원망스러웠다.

창피해서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까지 아빠가 연락도 없고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불안해졌다. 엄마는 불안을 견디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나마 나라도 깨워본다. 어린 딸이지만 그래도 의지가 된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다.

집전화가 울린다.

아빠 목소리가 많이 안 좋다.

그래도 살아있다. 큰일은 아니겠지. 애써 걱정을 거둬본다.

아빠가 왔고, 엄마는 남편의 꼴이 말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새벽에 나를 깨우지 않았다면 설명이 필요 없었을 텐데, 후회가 된다. 하지만 설명을 해야 한다. 차를 강도당할 뻔했다고 설명했다.


아빠에게 따로 사정을 듣는다.

역시 도박 때문이다.

도박 빚에 차를 뺏길 뻔했는데, 차는 생계수단이니 차만은 안된다며 아빠는 버텼다.

그래서 맞았다. 곧 갚으마 약속을 하고 풀려났다.

엄마는 아빠가 안쓰럽지도 않다. 엄마 본인이 제일 안쓰럽다.

이 사람이랑 저 아이들을 키우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속이 답답하다.

미래가 없다. 앞이 깜깜하다.

엄마는 오늘도 울면서 원망하고, 울면서 기도하다 겨우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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