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사람들은 의외로 쉽게 말을 건다.
나에게 말고 강아지에게.
그런데 그 말이 의문형이면 난 강아지 시늉을 하고 대답한다.
"에구, 이뻐라 몇 살이야?"
"올해 다섯 살이요."
이런 경우 말이다. 어떤 때는 강아지에게 말을 걸지만 내가 행동해야 될 때도 있다.
"너무 이쁘네. 한 번 만져봐도 돼?"
그럼 나는,
"잠시만요. 겁이 많아서 안으면 괜찮을 거예요."하고 강아지를 안아준다.
그러면 그분은 강아지를 너무 이뻐하며 만져준다.
다섯 살 된 우리 렌은 다행히 얌전해서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짖긴 하지만, 안으면 얌전해진다.
그렇게 낯을 심하게 가리는 나에게 우리 개는 하나의 소통 매개체가 되어준다.
렌과 함께 나가면 나는 하나의 사람이 아닌 강아지의 보호자가 된다.
조금 불편한 엄마와의 통화도 렌 이야기를 하면 좀 편안해진다.
길에서 오가다 만난 어르신도 렌이 색깔이 너무 예쁘다고 하며, 얼마 전 강아지별로 떠난 동생의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신다.
물론 낯선 사람이라 불편했지만,
그래도 강아지는 보이지 않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 같아서 역시 다정한 동물이란 생각이 든다.